작은 사람, 권정생 - 임길택 작은 사람, 권정생 임길택 어느 고을 조그마한 마을에 한 사람 살고 있네. 지붕이 낮아 새들조차도 지나치고야 마는 집에 목소리 작은 사람 하나 살고 있네. 이 다음에 다시 토끼며 소며 민들레 들 모두 만나 볼 수 있을까 어머니도 어느 모퉁이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9.04.29
은은함에 대하여 은은함에 대하여 은은하다는 말속에는 아련한 향기가 스미어 있다 은은하다는 말속에는 살구꽃 위에 내린 맑고 환한 빛이 들어 있다 강물도 저녁 햇살을 안고 천천히 내려갈 땐 은은하게 몸을 움직인다 달빛도 벌레를 재워주는 나뭇잎 위를 건너갈 땐 은은한 걸음으로 간다 은은한 것들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9.04.09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눈 녹은 해토어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윌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 다시 보고 싶은 시 2019.04.01
행운 행운 저기 행운이 온다. 간다 행운이 저기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행운이 행운은 오지 않은 것 그저 맞아 들이는 것 실패와 불행의 옷을 입고 절룩이며 걸어오는 그를 욕심 없이 맞아들이는 것 꾸준히 준비된 만남처럼 우연히 빠져든 사랑처럼 행운을 잡으려 노력하지 말기를 행운을 맞.. 다시 보고 싶은 시 2019.03.25
꽃소식 꽃소식 날이 풀리면 한번 내려오겠다곤 했지만 햇살 좋은 날 오후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 묻은 손 바지춤에 문지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 하듯 나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난 살구꽃 앞에 섰네 헝클어진 머리 빗지도 않았는데 흙 묻고 먼지 묻은 손 털지도 않았는데 해맑은 얼굴로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9.03.22
바닷가에 대하여 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8.12.26
11월 // 나희덕 11월 //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 다시 보고 싶은 시 2018.11.02
목백일홍 목백일홍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이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이 없는.. 다시 보고 싶은 시 2018.08.06
내 사랑은 내 사랑은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그대 생각 납니다. 이게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지금 나는 빈 들판 노란 산국 곁을 지나며 당신 생각합니다. 이게 진정 사랑이라면 백날 천날 아니래도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김용택- 다시 보고 싶은 시 2018.08.02
매미 우화 매미 우화 윤현순(상주들문학회) 빌려 우는 울음 같다 사력을 다해 꼭 나무가 우는 듯이 헐거워진 바깥이 조금씩 조금씩 안을 밀어내듯 소리를 포란한 나무는 울기 좋은 때를 알고 있다 오랜 어둠을 탈피하고 뜨겁고 격렬한 완성으로 눈 떴을 때 목청이 트인 나무들 일제히 울음을 쏟.. 다시 보고 싶은 시 2018.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