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바닷가에 대하여

이산저산구름 2018. 12. 26. 11:02

 

 


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 정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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