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일홍 |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이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 보니 한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게 아니다.
수없이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글 / 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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