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우화
윤현순(상주들문학회)
빌려 우는 울음 같다
사력을 다해 꼭 나무가 우는 듯이
헐거워진 바깥이
조금씩 조금씩 안을 밀어내듯
소리를 포란한 나무는
울기 좋은 때를 알고 있다
오랜 어둠을 탈피하고
뜨겁고 격렬한 완성으로 눈 떴을 때
목청이 트인 나무들
일제히 울음을 쏟는다
무어라도 빌려서
저렇듯 크게 울고 싶은 날이 있다
- 『들문학』 제23집 (2016 세종기획)
굼벵이로 적어도 7~8년을 산후에야 우화를 하는 매미.
매미가 토해내는 한 철 동안의 울음소리는 이전의 시간을 모두 소환해 내는 것일까?
그래서 이토록 철저하게 우는 것일까?
사람도 깊숙한 어둠 속에 스스로를 숨길 때가 많다.
그런 젖은 시간도 우화를 위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가 되거든 나무를 안고서라도 크게 울자.
사람도 저 매미처럼 웃는 일만큼 우는 시간도, 사력을 다해 우는 시간도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