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인 이육사, 그 저항의 삶과 문학을 대구에 새기다 | ||||||||||||||||||||||||||||||||||||
대구 '264작은문학관' 10일 개관... 청년기 대구에서 수감ㆍ기자생활 등 독립운동 펼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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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북성로 공구골목에서 샛길로 들어오면 2층짜리 작은 목조 건물이 있다. 내부 곳곳에는 '사뭇 밤만을 왕자처럼 누려왔소(나의 뮤즈)', '너는 무삼일로 사막의 공주같아(해후)'와 같은 시 구절이 새겨져 있다. 1층의 카페와 기획전시실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당시 이육사 시인이 동료와 주고받던 편지와 친필 시, 사진 등 50여점이 벽에 걸려있다. 맞은편에는 시집 10여권이 전시돼 있다. 일제강점기 대표적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1904~1944) 선생의 작품과 활동을 기리는 '264작은문학관'이 그의 생일인 5월 10일(음력 4월 4일) 대구에 문을 열었다. 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은 지난 2004년 안동에 건립된 이후 전국에서 두번째다. 딸 이옥비(75)씨는 개관식에서 "대구는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사셨고 활동하신 곳이다. 육사의 길을 더 넓힐 수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인이자 경북대 국문과 교수인 박현수(53)씨가 문학관 건립을 추진했다. 그는 친형 박광수씨와 함께 2억여원의 사비를 들여 지난해 5월 중구 경상감영1길의 집터를 매입했다. 여기에 중구의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으로 4천만원의 지원과 건축, 문학계의 도움이 있었다. 시인 이하석씨는 소장하고 있던 시집 4권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들은 2개월간의 디자인 작업을 거쳐 같은해 8월 착공한 뒤 최근 공사를 마무리했다. 박 교수는 "대구에 유명한 작가들이 많음에도 개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이 없었을 뿐 아니라 대구문학관(중구 향촌동) 이전에는 문학관 자체가 없었다"며 "많은 이들이 이육사 선생의 문학과 그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한다"면서 문학관 건립 이유를 설명했다. 또 "선생은 안동에서 태어났지만 주요 활동은 대구에서 하셨다"면서 "앞으로 이 곳이 문화의 중심이 돼 그의 정신이 파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딸 이옥비씨를 비롯해 윤상화 중구 부구청장, 권상구 '시간과 공간 연구소' 이사, 이하석 시인, 김성택 경북대 인문대학장, 윤재석 경북대 교수회 의장 등 문학계, 예술계, 학계 인사와 시민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개관을 축하하는 말과 함께 "이육사 정신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입을 모았다. 문학관은 2층 목조 건물로 전체 면적은 50.2㎡(15평)다. 1935년에 지어진 건물을 철거하고, 건축회사 '오피스아키텍톤'이 문학관을 설계했다. 공사 후 내부 디자인은 출판사 '사월의눈'이 맡았다. 공사 과정에서 이옥비씨는 대들보에 아버지의 시 ‘광야'의 한 구절인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를 적었다. 박현수 교수는 "건물을 매입하던 당시 살던 주인이 '일제 헌병대장이 살던 집'이라고 전했다"며 "실제 공사 도중 대한제국에서 통용되던 동전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문학관에 따르면 이육사는 1904년 안동에서 태어나 1920년 대구로 이사했다. 이후 1937년 서울 종로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중구 일대에서 작품활동과 사회운동을 했다. 그가 처음 대구에 와서 머문 곳은 당시 일본 사찰인 편조원(북성로 서문로교회) 인근 숙부의 집이었으며 이후 가족 모두가 남산동 662-35번지에 자리잡아 17년동안 살았다. 1922년에는 교남학교(현 대륜고등학교)에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호적상 본명은 '이원록'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필명 '이육사'는 1927년 장진홍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투척사건에 연루돼 대구형무소에 수감됐을 때의 수인번호(264)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소 후 중외일보 대구지국(중구 남성로), 조선일보 대구지국(중구 동일동)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독립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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