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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새해를 맞이한 우리의 자세 - 김헌택|정평의소리

이산저산구름 2016. 4. 28. 11:58

 

새해를 맞이한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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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택 제준 이냐시오/정평 총무, khtseo@hanmail.net




 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서 새해를 맞이한 우리의 자세를 다짐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해는 무엇보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악의 축' 발언으로 인해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의 부시 방한 반대 및 전쟁 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또한 6월 온 나라가 월드컵으로 들끓던 시기에 우리의 딸 효순이와 미선이가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당시에는 언론조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연이어 서해교전 사태까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다행이 서해교전 사태는 더 이상 확전되지 않고 마무리되었으나, 효순이와 미선이의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심히 불평등하여 '두 여중생들을 죽인 미국을 우리가 재판정에 세우고 처벌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미군들은 두 여중생들을 죽이고도 무죄 판결을 받고, 미국으로 유유히 떠났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처벌받을 사람이 없다'는 이 기막힌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은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지난 8월 19일에는 '안동정평' 주최로 목성동 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올리고 문화의 거리까지 촛불행진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발전하여 서울 광화문 시민공원에서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 삭발 단식을 하시게 되었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매일 저녁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주한 미 대사관을 에워싸고 평화적인 집회를 12월 31일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온 세계가 이를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열기로 노무현 후보를 새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우리 국민은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고,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선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새해에도 한반도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침략의 위협에서 벗어나 확실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TP)' 탈퇴를 선언하면서 벼랑끝 외교전술을 펴고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와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이목이 우리 한반도로 쏠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으로 밝힌 바 있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전면 개정도 지금은 어떤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땅에 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그리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평등한 SOFA전면 개정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두 여중생 추모 촛불 집회'를 계속해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루가 4.18)'이라는 올해 우리 교구의 사목 표어를 잘 새겨 봅시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우리의 이웃을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도 쉽게 가난한 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상실한 가난한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1997년부터 '한겨레나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기아와 가난으로 죽어가고 있는 북한 형제들에게 꾸준히 지속적인 작은 정성을 쏟아왔습니다. 이는 올해도 지속해야할 주요한 과제입니다. 상황이 어렵고 혼란스러울수록 우리는 우리가 세운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참여가 이 땅에 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마음이 가난한' 참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는 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