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열 번째 이야기 길 - 10억 년 전 지구에 무슨 일이? - 지질 여행과 동굴 탐험

이산저산구름 2015. 4. 28. 10:03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약 1만 년밖에 되지않았다. 지구가 생성된 시기부터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를 지질시대라 부르는데,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이 땅은 그 오랜시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돌과 흙이 들려주는 46억 년의 오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 한반도 지질 자연사의 보고, 구문소

 

우리나라에는 유독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 많다. 특히 신기한 지형에 용의 전설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과거에 사람들이 신비로운 지형지물을 보고 상상의 동물인 용과 관련한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 아닐까 한다. 태백 구문소에는 청룡과 백룡의 전설이 전해진다.
구문소는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는 곳으로, 두 물길이 원래 지하에 있던 동굴과 만나면서 점차 동굴을 크게 만들고 거기에 물이 관통하면서 지상에 동굴 모양의 지형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런 원리를 알 턱이 없었던 옛사람들은 지상에 만들어진 동굴을 보고 양쪽 물길을 지키던 두 마리의 용이 싸우다한 마리가 땅 아래에서 솟구쳐오르며 산에 구멍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믿었다.
구문소의 독특한 지형은 5억 년 전 한반도의 지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말해주고 있는데, 석회암층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퇴적 구조와 삼엽충 등의 화석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지질과학 체험 현장으로 불린다.

 


- 온몸으로 즐기는 지구과학 교과서

 

 

구문소 바로 옆에 들어선 태백 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서는 지질시대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다. 이곳 지형이 형성된 시기를 전후해 선캄브리아기부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까지 지구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으며, 그곳에서 어떤 생물들이 숨 쉬며 살아왔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해놓았다.
특히 지구가 생성된 이후 대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바다였던 태백 인근 지형이 어떻게 솟아올랐는지를 다양한 멀티미디어로 재현해놓았는데 매우 흥미롭다. 태백 지역에서 발견된 지층과 화석 등도 전시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삼엽충이 눈에 띈다. 고생대의 대표 동물인 삼엽충은 바다 밑을 기어다니며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체험전시실에서는 땅속의 화석이 박물관에 오기까지의 발굴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해놓았으며, 몸으로 화석의 원리 체험하기, 탁본 만들기 같은 체험도 할 수 있다. 어렵기만 했던 지구과학 교과서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 태초의 자연을 간직한 곳

 

 

박물관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동굴 탐험에 나선다.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생성된 동굴은 그 자체로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감춰져 있었던 까닭에 땅 위에서는 볼 수 없는 화석동물인 옛새우를 비롯하여 갈르와 관박쥐 등 수십 종에 달하는 희귀 생명체가 살고 있기도 하다.
특히 2010년 세상에 공개된 평창의 백룡동굴은 원시의 모습에 가깝다. 이곳은 인공적인 변형을 최소화하고자 조명도, 탐방 데크도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방문객은 제공되는 체험복을 입고 헤드랜턴에 의지해 거의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동굴을 탐험해야 한다. 수억 년 지구의 활동이 만들어낸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다.

 

 

- 시간이 빚은 신비함을 맛보는 동굴 탐험

 

정선 화암굴은 일제강점기 때 금광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라 자연 동굴과 함께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금광도 볼 수 있다. 매표소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 금광맥의 발견부터 채취까지의 과정을 재현해놓은 인공굴이 펼쳐진다. 이어지는 수직 90미터의 계단을 내려가면 화암굴의 상징인 도깨비가 안내하는 지하 세계를 만나는데, 캐릭터 하나로 아이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지점이다. 체험학습 공간을 지나면 비로소 자연 동굴에 들어선다. 천연 석회암 동굴인 이곳에서는 종유석과 석순 등의 갖가지 모양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아주 작은 물방울의 힘이 이런 볼거리를 만들었다니 새삼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동굴의 힘은 영월의 고씨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씨굴은 4~5억 년 전 멸종되어 화석으로만 존재한다고 믿어왔던 갈로아 곤충이 서식하고 있어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검은색의 동굴산호가 나타나 학술적 가치도 높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고씨 성을 가진 일가가 피난해 머물렀기 때문에 고씨굴이라 불리기 시작했으며 불을 피우고 생활했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굴 주변은 동강의 아름다운 절경과 어울려 신비로운 느낌을 더한다.

 

 

-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들

 

 

영월에는 수억의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는데, 바로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 불리는 독특한 지형구조다. 지구상 최초의 단세포 원시 미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가 오랜시간 광합성을 한 흔적인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그 지형이 짧게는 5억 년 전, 길게는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시아노박테리아가 바다에서 살던 것이었으므로 이 지역이 바다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지금은 굽이굽이 산골인 이곳 영월이 바다였다니, 50억 년에 걸쳐 진행된 지구의 역사가 신비롭다 못해 경이롭다.
영월의 독특한 지형은 계곡에서도 볼 수 있다. 주천강과 법흥계곡이 만나 소용돌이를 이루는 곳에는 요선암이라 불리는 너럭바위가 널려 있는데, 바위에 돌개구멍이라는 크고 작은 웅덩이가 있어 신기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기이한 모습이 하늘나라의 것이라 여겨졌는지, 옛 사람들은 선계와 인간계를 이어주는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실제로는 물을 따라 흘러온 자갈과 모래가 바위를 깎아 이런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냈다고 하니, 자연만큼 더 훌륭한 조각가는 없을듯하다.
자연의 위대함과 시간의 힘을 눈으로 확인하고 손끝으로 느끼는 여행길 곳곳에서 인간이란 정말 작은 존재이며 결코 자연을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니 작은 모래 알갱이,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도 예사로 보이지 않을 수 밖에…….

 

 

- 함께 가보면 좋을 곳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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