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시

홑이불 - 김용택

이산저산구름 2014. 9. 23. 08:20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홑이불

 

 

 

김용택

 

 

 

 

 

새벽바람이

 

맨발을 스치고 지납니다.

 

낮달을 끌어다 덮습니다.

 

바람이 어디를 지나왔는지,

 

눈을 감아도 따라 들어오지 않은 메마른 얼굴이 있습니다.

 

그대를 생각하는 일이 문득문득 하루 종일입니다.

 

산그늘 밖으로 손을 내놓은 나무들,

 

닭들이 뒤뚱거리며 산그늘을 따라 배추 밭까지 나갔습니다.

 

허리가 굽은 늙은 농부 부부가 텃논에서 마른 짚을 묶어세우고

 

슬레이트 지붕 처마에 기댄 먹감나무

 

먹감들이 하얀 서리꽃을 덮고 알맞게 먹물이 드는 동안

 

마당에서는 이미 마른 감잎들이 끌려 다닙니다

 

강을 건넌 햇살은 무덤 잔디 위에서 침묵으로 하루가 편안하였습니다.

 

거짓 없이 시드는 아름다운 저녁 햇살,

 

난생처음 그립다며 내게 울던 당신

 

나는 아직도 그대를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빨랫줄에 걸린 낮달을 끌어다가

 

꿈틀대는

 

맨발을 덮습니다.

 

 

 

 

 

 

 

ㅡ출처 :『시와시학』(2012. 여름)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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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홑이불은 특별나다

 

낮달이다

 

낮달은 희다

 

온기를 잃은 것이긴 하나 여운이 남아 있는

 

사랑의 미학 같은

 

그래서 시인은

 

‘그대를 생각하는 일이 문득문득 하루 종일입니다.’고 하고

 

‘나는 아직도 그대를 내려놓지 못했습니다.’고 한다

 

홑이불을 덮을 정도면 살기에 아주 적당한 날씨 같다

 

사람 사이에 사랑도 홑이불만큼의 온기면

 

적당할 것 같다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그 감촉

 

 

 

 

 

 

 

                                 詩하늘

 

 

 

 

 

    <시하늘 시편지>http://cafe.daum.net/sihanull/9bUn/381 

 

           *시 읽기 좋은 이 가을의 명징한 가슴을 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