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나무로 가볍게, 설계는 단순하게.. 1억원으로 집이 '뚝딱'

이산저산구름 2013. 8. 21. 15:42

 

나무로 가볍게, 설계는 단순하게.. 1억원으로 집이 '뚝딱'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단독주택 짓고 살기, 많은 이들이 꿈꾼다. 하지만 다른 꿈들과 마찬가지로 내 집 건축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그런데 이 꿈을 1억원 조금 넘는 1억1000만원이라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실현한 이들이 있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조현리에 있는 '현남매 하우스'는 일곱 살 아들 현석이와 네 살 딸 현서를 둔 30대 부부가 최근 완공한 주택이다.

↑ 1억 조금 넘는 공사비로 지은 ‘현남매 하우스’ 앞마당에서 현석·현서 남매가 엄마와 함께 매미를 찾고 있다. /성형주 기자

2층 자기 방에서 놀고 있는 현석이(사진 왼쪽 위), 2층 복도에 퀼트와 뜨개질, 바느질 등을 할 수 있는 작업대가 마련돼 있다(사진 왼쪽 아래). /성형주 기자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었던 부부가 땅을 사고 통장을 탈탈 털어보니 남은 돈은 1억500만원. 부부는 수소문 끝에 건축가 김종대(52·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사진 )씨를 찾았다. 그리고 "모든 걸 1억500만원 안에 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처음 의뢰를 받고 황당했다"고 했다. "예산이 너무 적었으니까요. 4인 가족이 살려면 30평 정도는 돼야 하는데, 그 정도 주택이면 적어도 2억원은 가져야 하거든요."

김 대표는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뼈대를 무엇으로 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주택 건축 유형은 크게 경량 목조 주택, 기둥보(중량 목조) 주택, 스틸하우스(경량 철골 사용), ALC(경량기포콘크리트) 주택, 시멘트콘크리트 주택 등으로 나뉜다. 현남매 하우스는 경량 목조 주택이다. 두께 2인치(5.08㎝), 폭 4인치(10.16㎝)의 가벼운 목재를 조립해 짓는다. 김 대표는 "경량 목조 주택은 공사 기간이 짧아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현남매 하우스는 공사 기간이 2개월 조금 더 들었는데, 시멘트가 굳는 양생 기간이 필요한 시멘트콘크리트였다면 4개월은 걸렸을 겁니다." 자재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건물 모양은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했다. 현남매 하우스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길고 좁은 직사각형이고, 앞에서 보면 넓적한 직사각형 모양이다. 1층은 12평(약 39.67㎡), 2층은 18평(약 59.50㎡)으로 연면적이 30평(약 99.17㎡)이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2층에는 좁은 복도를 따라 부부와 아이들 방 셋이 나란히 붙어 있다.

김 대표는 "건물 형태가 단순할수록 마감재가 적게 들어가고, 비가 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했다. 건물 디자인이 단순하다 보니 자칫 심심해 보이지 않도록 창문을 감싸는 검정색 목재 패널을 덧붙였다. 밖에서 보면 살짝 튀어나온 모습이다. 이 패널은 건물에 장식적 요소가 될 뿐 아니라 빗물 등이 집안으로 들이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도 한다.

16일 건축가 김종대씨가 1억원의 비용을 의뢰받아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 설계한'현남매 하우스'./성형주 기자

마감재도 가능한 한 비싼 제품을 배제했다. 목조 주택 건물 겉면에 흔히 붙이는 목재 사이딩(길고 납작한 널빤지)보다 저렴한 시멘트 사이딩을 적용했다. 대신 붙이는 방식을 달리해 색다르고 세련된 느낌이 나도록 했다. 사이딩은 대개 수평으로 시공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시멘트 사이딩을 수직으로 세워 시공했다.

김 대표는 "제한된 비용으로 집을 지을 때는 건축 자재를 최대한 검증된 제품을 쓰라"고 했다. 오래전 출시되어 널리 사용된 제품이 안전하다는 말이다. "새로 나온 자재는 어떤 결함이 있을지 모릅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시공하려면 비용이 추가되지요."

현남매 하우스는 부부와 어린 자녀 둘이 살기에 맞춤하지만 넓은 편은 아니다. 김 대표는 1층 앞쪽에 집을 둘러싸듯 15평 넓이의 나무 데크를 설치했다. 현관문 앞에도 4평 정도의 진입 공간을 만들었다. "내부(집)와 외부(마당 등 자연) 사이에 중간 영역, 즉 전정(前庭) 공간을 두면 전체 집 인상이 풍성해지고 널찍해 보입니다."

부부는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고 서울 출퇴근도 가능한 양평에 살고 싶었다"고 했다. 아들 현석이가 엄마에게 "마당에 나가서 매미 잡아달라"고 보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