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시작되면 기분이 참 꿀꿀해집니다. 손대는 것
마다 물기가 묻어나오는 듯하면서 온몸이 끈적거리고
생각 자체가 귀찮아지죠. 사실 이럴 때는 책 읽는 것조
차 사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 고요한 선(禪)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도 더위를
잊는 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데 그 오묘한 선의
세계를 안내하는 책이 마땅치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단순한 일화 위주
여서 평범한 중생으로선 재미로 흐를 우려가 있고, 깊은 선지식을 담은 책은
공허하고 난해해 몰입을 방해하기 일쑤거든요. 그런 아쉬움을 느꼈던 이라
면 이 책을 권합니다. 8세기 때 중국 당 나라에서 활약했던 마조 대사의 일생
과 법문, 그리고 선문답을 묶고 해석을 붙인 겁니다.
마조 대사는 조사선의 실질적인 개창자로, 그에게 직접 법을 받은 이 중에서
세상에 이름을 떨친 큰 스님이 여든여덟 분이나 나왔으니 선의 세계를 더듬
어 보기에 맞춤한 스님입니다. 그가 스승인 회양 스님을 만났을 때 이야깁니다.
“스님은 좌선하여 무얼 하려 하오?” 회양스님의 물음에 마조 스님이 “부처
가 되고자 합니다”라 답하죠. 그러자 회양 스님이 암자 앞에서 벽돌을 집어
다 갈기 시작합니다. 마조 스님이 이를 보고 이유를 묻죠. 회양 스님이 “거울
을 만드려 하네”라 답하자 마조 스님이 벽돌로 거울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그때서야 회양 스님이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없다면 좌선을 한들 어떻게 부처가 되겠느냐”고 일침을 가합니다.
그러면서 회양 스님이 일러주죠.
“그대는 앉아서 참선하는 것을 배우느냐, 앉은 부처를 배우느냐. 좌선을 배
운다고 하면 선은 앉거나 눕는 데 있지 않으며, 앉은 부처를 배운다고 하면
부처님은 어떤 모습도 아니다. 머묾 없는 법에서는 응당 취하거나 버리지 않
아야만 한다. 그대가 앉은 부처를 구한다면 부처를 죽이는 것이며 앉은 모습
에 집착한다면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라고요.
형식보다 실질을 찾으라는 이 이야기는 책 앞부분에 실렸지만 솔직히 이 책
은 1부, 3부, 4부, 2부의 순으로 읽는 게 좋습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
등 흥미로운 선문답이 3부에 실렸고, ‘주인공이 되어 걸림 없이 편안한 삶을’
‘나를 사랑하는 방법’ 등 마음공부법이 4부에 실렸거든요. 2부의 법문은 만
만치 않으니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뒤 읽는 편이 나을 겁니다. 그렇게 읽으
면, 그래서 고요한 가운데 제대로 살기 위한 마음공부에 몰입하다 보면 더위
를 잊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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