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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여러 모로 특이한 작가입니다. 우선 소재가 대부분 과학입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됐던 ‘개미’는 일종의 충격을 주었죠. 개미의 입장에서 풀어가는 이야기는 흔히 보던 SF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나름 엄밀한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과학소설’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죠.
또 하나 뛰어난 점은 빼어난 이야기꾼이란 사실입니다.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없는 상상력을 버무려진 그의 소설은 읽는 내내 정신없이 끌려다니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어리둥절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품세계와는 무관하게 외국작가로는 흔치 않는 지한파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몇 차례 방한하기도 했지만 한국인을 등장시킨 작품도 있으니까요. 그의 작품은 빼놓지 않고 번역이 되는데 모국인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있다는 ‘설’도 있다죠.
그가 마음먹고 웃음의 생산, 유통 나아가 인간은 왜 웃는지를,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낸 것이 이 소설입니다. 어찌나 흥미진진한지 두 권을 합하면 800쪽이 넘는데도 내쳐 빠져듭니다. 그의 다른 소설처럼 추리소설 형식을 취해 지적 긴장을 자아내면서 곳곳에 웃음을 자아내는 장치를 배치한 덕분이죠.
프랑스의 ‘국민 코미디언’ 다리우스 워즈니악이 공연을 마친 후 분장실에서 숨집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어 경찰은 과로로 인한 돌연사로 판단하죠. 그런데 한 주간지의 여성 객원기자 뤼크레스 넴로드는 타살설을 제기하고 추적에 나섭니다. 다리우스가 죽기 직전 한 어릿광대에게 작은 목갑을 선물 받은 것이 단서죠. 뤼크레스는 퇴직 과학전문기자 이지도르 카첸버그를 졸라 다리우스의 가족, 그의 사망으로 덕을 보는 코미디언 등을 만나 진실을 파헤치며 목숨을 건 모험을 벌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명을 건 개그배틀 ‘프로브’, 유머기사단 등 색다른 이야기거리는 거의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 코드’를 연상케 합니다.
스릴러만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닙니다. 다리우스의 작품, 유머역사 대전(大典)을 인용한 우스개가 곳곳에서 빛납니다. 그것만 읽어도 재미있을 정도입니다.
관에 들어갔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훌륭한 아버지 좋은 남편” “진정한 스승”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그럽니다. “어, 저것 보세요, 시신이 움직여요”란 말에 모두들 말문이 막히죠.
유머집을 방불케 하는 이런 유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예쁘고 똑똑하고 착한 아내를 얻는 방법?”이란 질문에 “결혼을 세 번 하기”라 답하는 대목입니다. 아, 물론 집사람에게 이 농담을 해주진 못 했답니다. 단지 소설의 미덕이라 할 재미는 가득한 책이니 슬그머니 권할 생각이긴 합니다. 뭐라 하는지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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