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지켜야 할 우리의 전통문양, 단 청

이산저산구름 2008. 9. 8. 17:28

지켜야 할 우리의 전통 문양, 단 청



목조 건축물은 외부환경으로 인한 피해, 특히 비바람에 썩기 쉽기 때문에 단청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따라서 단청시공이 마무리되었을 때 온전히 완성된 건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청의 역할은 단순히 목재를 보존하고 보호하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단청은 오행설에 근거한 오채색五彩色, 즉 청·적·황·백·흑색을 기본으로 하여 일정한 규칙에 따라 문양을 그려 넣는다. 명확한 질서를 가지고 반복되는 패턴은 부재별로, 위치별로, 그리고 건물의 성격에 따라 그 차이를 둔다. 이는 단청에 사용된 문양과 색채가 각기 다른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찰건축에 금단청, 궁궐건축에 모로단청, 서원건축에 긋기단청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 등 그 건물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단청의 격을 달리한다. 신분제 사회에서 지위고하地位高下와 직책에 따라 복식服飾을 달리했듯이 목조 건축물 또한 문양과 배치가 다른 단청을 입힘으로써 그 주인의 격을 나타내었다.
이처럼 단청은 우리의 전통의식과 활동을 반영하는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단청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미비한 편이었다. 단청을 단순히 건축물을 꾸미는 장식화 이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청은 우리 민족의 우수한 미의식을 담고 있는 전통회화의 한 부분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자연 재해 및 인재로 사라져가는 고유 단청들

안타깝게도 몇몇 예를 제외하고 현재 남아있는 전통 단청은 대체로 조선후기에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나마 풍화風化, 또는 각종 자연 재해 등으로 그 원형이 급격이 훼손되고 있으며 건조물에 가해진 각종 인재人災에 의해 건조물과 함께 그 운명을 다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새롭게 단청을 시공하면서 전통 단청의 원형에 대한 기록조차 남기지 않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그대로 사장돼 버려왔다는 것이다.
현재의 단청 시공 또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건물의 격에 맞지 않는 단청 시공이 그것이다. 금단청은 불보살佛菩薩이 상주하는 주불전主佛展에 어울리는 것인데, 화려하게 장엄하려는 욕심이 지나쳐 건물의 격에 어울리지 않게 요사채나 비각碑閣에 금단청을 올린 경우가 많다. 또한 서울의 궁궐 단청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쳐 지방의 사찰에 궁궐양식의 단청이 시공되는 예들도 있다. 이는 건물의 격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각 지방의 고유하고 다양한 단청양식이 사장되고 단청이 획일화, 형식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머리에 버선을 씌우고 승려에게 곤룡포를 입히는 꼴이다.

전통 단청을 계승, 발전시키는 방안 시급


그렇다면 우리의 소중한 전통으로서의 단청을 보존하고 현대에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먼저 현존現存하는 전통 단청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조사 및 실측·모사 작업이 시급하다.
단청 모사자료 구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로 수덕사 대웅전을 들 수 있다. 비록 실물은 남아있지 않지만 『故小川敬吉蒐集資料』와 池田宗龜 舊藏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대웅전 내부벽화 모사도가 남아있어 고려시대 단청을 추정하고 종합적인 복원을 가능케 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이루어진 미황사 대웅전(보물 제947호) 단청 모사 작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모사가 아니라 건물 전체의 문양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현상대로 모사하고, 당시 사용된 안료 및 교착제의 분석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로 복원자료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전통을 발전시키고 계승해 나가는데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청모사는 지난 2월 15일자 모 일간지의 ‘정밀 실측 자료가 제2의 문화재’ 제하의 내용을 적용해볼 때, 전통을 계승하고 전통문양의 현상을 보존하는데 있어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목조건물을 보수·복원하거나 전반에 걸친 재단청을 시행할 때를 위해서도 중요하고 필수적인 과정이라 하겠다. 부디 단청의 의미와 가치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여 더 늦기 전에 전통 문화로서의 단청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에 힘을 모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글·사진_ 이수예 사찰문화재보존연구소 공동대표
제32회 전승공예대전 회화부문 본상 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