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 그 정겨운 매력에 대해 | ||||
대청마루에 누워 별을 헤는 여름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배경에는 어김없이 초가가 등장한다. 볏짚으로 지붕을 인 우리 고유의 집, 초가. 이제 초가집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아늑하고 정겨운 모습의 초가에서 조상들의 애틋하고도 순박했던 생활상을 찾아본다. 새벽안개 자욱이 산허리를 감싸 안고 새 소리 물소리 어울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동양화를 그린다. 산기슭 오목한 곳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초가지붕들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연기 따라 그 곳에도 살아 숨 쉬는 어진 민초들의 삶이 있었다네. 봄이면 논밭 갈아 씨 뿌리고 여름이면 초가지붕 한 모퉁이 하얀 박꽃넝쿨 이슬을 머금고 가을이면 영그는 알곡식에 배가 부르고 겨울이면 군불지핀 아랫목에 도란도란 모여앉아 짚 새기 매듭짓던 그 곳에 우리들 마음의 고향 있다네, 그리움 있다네, 사립문 열고 들어서면 흙 내음 물씬 코끝에 다가와 어머니 품안같이 포근히 감싸주는 정겨운 오두막집 장독간엔 된장 뜨는 내음 정주간엔 그을음 내음 마구간엔 쇠똥 내음 뒷간 내음 잿간 내음 이 모두가 정겨운 초가 내음이라네. - 윤원태 시집 중에서 - 초가는 우리전통가옥의 대표적인 주거형태로서 생태건축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소나무로 기둥 등의 뼈대를 세우고 서까래를 올린 다음 지붕과 벽체에 질 좋은 황토를 두텁게 바르고, 지붕 위에 볏짚이나 억새, 갈대 등을 올리면 초가집이 되고 기와를 올리면 기와집, 너와나 굴피를 올리면 너와집, 굴피집이 된다. 별다른 기술과 연장 없이 소나무를 베어다가 대충 다듬어 지역에 따라, 풍습에 따라 독특한 구조로 지어 옹기종기 모여 살며 우리네 삶의 애환을 담아 왔던 초가. 가난한 서민들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소중한 유산임에도, 이제 초가는 민속촌이나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아니면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초가집은 오늘날 현대주거공간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수천 년 동안 우리 선조들의 삶의 안식처로 사용되어 왔던 곳이다. 이러한 선조들의 공간이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추어 가는 것은 한국전통주거의 근본인 주거건축의 뿌리를 잃어가는 것과 같다. 추억 찾아 떠나는 초가 여행 고층빌딩숲과 아파트와 빌라 등 시멘트집에 살고 있는 현대의 아이들에게 초가의 애틋한 정서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초가란 것이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질지는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초가나 근처에 남아있는 초가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초가의 의미와 그에 대한 추억을 심어준다면 어떨까. 중요민속자료 제10호로 지정된 경남 ‘창녕 술정리 하씨 초가’는 전통적인 조선시대의 가옥구조로서 대청마루를 원목을 사용하여 윗면만 평면으로 깎았으며 아랫면은 원목 그대로인 점이 보기 드문 건축기법이다. ‘고성 봉동리 배씨 고가(시도민속자료 제16호)’는 경남 산간지방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2칸토담집(오두막집)으로 산간지방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까래에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새끼줄로 얽어 맨 것과 사랑채(아래채)역시 2칸 토담집으로 방문 앞에 봉당을 만들어 쇠죽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이 가옥의 특징이다. 이 밖에도 경북 안동시 성곡동 ‘안동 의촌동 초가 도토마리집(시도민속자료 제6호)’, 경북 영덕군 창수면 ‘갈천동 초가 까치구멍집(시도민속자료 제2호)’,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달성 조길방 가옥(중요민속자료 제200호)’ 등 문화재로 지정된 다양한 초가들이 있으며, 전남 승주 낙안읍성(사적 제302호)과 충남 아산 외암마을(중요민속자료 제236호), 제주 성읍민속마을(중요민속자료 제188호), 안동하회마을(중요민속자료 제122호), 경주 양동마을(중요민속자료 제189호), 용인민속촌 등이 가족끼리 초가 여행을 다녀올만한 곳이다. ▶글_ 윤원태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소장 ▶사진_ 이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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