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기 약수터를 찾아서 |
[깨끗하게 정비된 '다대기 약수' 철분 함유로 주위가 붉다]
집안 어른의 부음 소식에 서울 사는 친척 세 명이 차를 타고 경상북도 봉화로 문상을 갔다. 문상을 마치고 인근 다대기 약수터에서 약수를 마시고 귀한 것이니 약수도 받아가자고 의견일치를 봤다. 내 고향은 경북 영주이지만 봉화는 영주에 바로 붙어있는 인근 도시다. 봉화는 나와는 이런저런 추억을 공유하는 고향 같은 도시다. 아버지 고향이 봉화군이다. 법전면에 사시다가 아이들 공부를 위해 큰 도시인 영주로 이사를 나가셨다. 농사짓던 분이 농토를 팔고 이사를 결심한다는 것이 당시로는 쉽지 않은 큰 결정이었고 아버지 고민도 깊었으리라! 그런 연고로 나는 영주에서 태어났다. 내가 결혼하여 분가하기 전까지는 본적이 봉화로 되어있다. 당시는 중학교 입학할 때 도장과 호적초본이 필요했다. 요즘처럼 동사무소 아무 곳이나 가서 호적초본을 발급받을 수는 없었다. 호적지 면사무소에 직접 찾아가야 했다. 주소를 대면 사전처럼 두툼한 호적 원본철을 갖고 와서 담당 공무원이 직접 필사하고 원본과 다름이 없다는 면장 직인을 찍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내가 혼자 완행 기차를 타고 두 정거장을 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법전면 사무소까지 가서 호적초본을 발급받아왔다. 당시 면사무소 직원이 떨어진 내 운동화를 보고 ‘너 운동 좋아하는구나!’라고 좋게 말해주던 기억이 새롭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이런 일은 혼자서 다 해냈다. 요즘 6학년 아이들이 예전 우리보다 더 영악하지만 과연 부모가 아이만 내보낼 것 같지는 않다. 부모를 탓하기 전에 세상이 많이 험악해진 탓도 있다. 봉화는 산악 지대다. 공기가 맑고 흐르는 개천물이 깨끗하다. 봉화 석천이라는 곳으로 소풍도 갔다. 돌이 미끄러워 조심해 디딘다고 했는데도 그만 물에 풍덩 빠져버리기도 했다. 봉화에 변전소가 있었다. ‘우리 집 전기 어디서 올까요?’라는 주제로 견학을 갔다. 변압기에서 윙! 하고 울리는 소리와 전압, 주파수 이런 이야기가 참 신기했다. 전기 기술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인연인지는 몰라도 별 거부감 없이 한평생을 전기 기술자로 살게 되었다. 다대기 약수터는 봉화군 봉성면 진의실길 6(우곡리 575-1)에 있다. 옛날 스무나무 아래 약수터가 있어 이를 마시고 많은 사람이 덕을 보았다 하여 다덕(多德) 약수터로 불리고 있다. 다덕이라는 말을 발음하기 좋게, 또 사투리로 변형되어 지역 주민들은 다대기 약수터라고 부른다. 이 약수는 탄산과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톡 쏘는 맛이 있다. 예로부터 피부병과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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