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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세계유산 도시 꿈꾼다] <6>유네스코 내년 실사 앞둔 '봉정사'

이산저산구름 2016. 11. 10. 10:51

 

[안동, 세계유산 도시 꿈꾼다]

<6>유네스코 내년 실사 앞둔 '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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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여왕도 다녀가… 세계인들에 각인된 '한국의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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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는 살아 있는 건축박물관으로서 선승들의 수행 생활에 적합한 시대적 건축들이 유동적 공간의 흐름을 유도하고 있는 건축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안동시 제공)
 
                                        국보 제15호 봉정사 극락전. (안동시 제공)
 
              

봉정사에서 영산암으로 이어지는 돌계단.

 

(한국의전통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제공)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위원장 자승 스님)는 안동 봉정사를 포함해 한국의 전통산사 7곳에 대해 내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세계유산분과위원회)에서는 한국의 전통산사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의 전통산사'는 안동 천등산 봉정사, 양산 영축산 통도사, 영주 봉황산 부석사, 보은 속리산 법주사, 공주 태화산 마곡사, 순천 조계산 선암사, 해남 두륜산 대흥사 등 7개 사찰로 오늘날까지 한국 불교의 신앙과 수행 및 생활 등이 지속되어 온 살아 있는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6년에 선정된 '한양도성'에 이어 '한국의 전통산사'를 2017년도 세계유산 등재 신청 유산으로 선정했다. 2017년 등재 신청서 제출 여부는 이달 개최되는 문화재위원회에서 보완된 등재 신청서를 최종 검토해 결정된다. 그 후 유네스코에 제출된다. 내년 상반기에 2차례의 예비실사와 9월 유네스코의 현지실사를 거쳐 2018년 세계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 전통산사의 아름다움

'한국의 전통산사' 가운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상이 된 7곳의 사찰은 모두 삼국시대에 창건된 사찰이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에 가람 배치가 정형화된 산지 사찰들이다. 이들 사찰은 다양하게 형성된 중심축이 주변의 계곡과 조화를 이루면서 한국 산지 가람의 정형을 잘 보여준다.

 

불교는 4세기에 한국으로 들어와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공인된 이후, 고려 말까지 약 1천 년에 걸쳐서 국교로 융성했다. 5, 6세기에 국가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면서 확산된 불교는 불교문화의 확산과 유`무형문화재의 형성, 건축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의 전통사찰은 부처에 대한 신앙과 불교교리의 정착, 토착적인 기복신앙 등이 더해지면서 다른 국가와 차별되는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됐다.

 

한국의 전통적인 산악신앙이 불교와 결합되면서 명산에 절을 짓는 일이 확산됐다. 8, 9세기경 새롭게 도입된 선종에서는 수행의 가치를 추구해 사찰은 점차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고, 산지 지형에 맞는 특징적인 가람 배치를 추구했다.

 

산과 조화를 이루는 사찰 건축은 터를 잡아 건물을 배치함에 있어 점차 체계화`이론화됐고, 10세기를 전후해 풍수 원리가 한국의 사찰에 적용됐다.

 

조선시대(1392~1910)에는 유교를 국가 통치이념으로 삼고 불교를 억압하면서 도심에 위치한 사찰들은 폐사되고 주로 산중 사찰만이 존속하게 됐다. 고려시대에 국교로 융성할 때 발전한 많은 교리와 종파는 조선 초에 선교 통폐합을 거치면서 한국 고유의 통불교 사상을 이루게 됐다.

 

손상락 안동시 세계유산담당은 "우리의 전통산사는 유`무형의 불교문화를 담아내고 종합적 수행도량의 성격을 가진다. 특히 선정된 7개 사찰 대다수에는 스님들이 경전을 공부하는 강당이나 참선하는 선원 건축물이 있어서 한국 불교 종합 수행도량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독특한 공간의 美 세계유산적 가치

이들 전통 산지사찰은 한국 불교만이 가지는 선`교 융합의 통불교적 사상과 기능, 의식, 승려, 생활, 문화 등 종합적 사찰로서 현재까지 유지되고 계승되는 지속성과 생명력을 지닌 유산이다.

 

'한국의 전통산사'는 건축으로 남아 있는 문화유산과 그 건축적 개념에서 불교 정신이 가지는 속성을 보여주고 있어, 정신과 감성적인 면에서의 진정성을 지닌다. 7개 사찰은 모두 최초 건립부터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통불교적 가람 배치와 사찰 기능의 형성이 지금으로부터 최소 2세기 이전에 이루어져 그 배치 구성과 중심 영역의 질서가 보존돼 있다.

 

진입로에서부터 중심 영역, 생활 영역까지 모든 영역이 사찰 안에 포함되어 있어 공간 구성에 있어서도 사찰로서의 완전성을 갖추고 있다. 입지의 배경이 된 산세와 계곡 역시도 크게 훼손되지 않고 보존돼 전통산사로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 산사들은 현재까지도 사찰의 기능을 유지하며 종교시설로서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 산지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으로 주변의 현대적 개발의 영향이 미치지 않아 아직까지도 종교시설로서의 성스러운 분위기와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각종 사지, 회화작품, 석조물, 불상 등을 통해 시대적 층위와 특징을 다양한 형태의 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산사'는 현존하는 불교신앙이 거쳐 온 전체적 역사적 과정을 표출함과 동시에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 형식, 공간의 증거를 나타낸다.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 불교가 살아남기 위해 취했던 행보들을 사찰의 입지, 가람 배치, 전각의 명칭과 기능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 조화하는 배치와 가람의 유형을 창출하면서도, 풍수사상의 영향을 받아 인간이 자연환경과 상생`조화해야 한다는 통합생명의 상호 조절 원리를 구현했다.

 

◆국내 최고 목조 건축물 극락전 보유  

'봉정사'(鳳停寺)는 안동 천등산(天燈山)에 자리 잡고 있다. 천등산은 원래 대망산(大望山)이라 불렀는데 능인대사(能仁大師)가 젊었을 때 대망산 바위굴에서 도를 닦고 있는데 스님의 도력에 감복한 천상의 선녀가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 안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해서 '천등산'이라 이름하고, 그 굴을 '천등굴'이라 했다.

 

그 후 더욱 수행에 정진하던 능인대사가 절을 지을 곳을 찾으려 도력을 발휘해 종이로 봉황(鳳)을 접어 날리니 지금의 봉정사 자리에 와서 머물렀다(停)고 한다. 이 때문에 봉정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봉정사는 안동뿐만 아니라 경상북도의 명소로,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가람을 지니고 있다.

 

봉정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극락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불교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어 수련과 휴식 등 현대인들에게 산사의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과 방문이 있었던 곳이다. 고려시대에는 태조(太祖)와 공민왕(恭愍王) 등이 행차했고, 지난 1999년에는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의 전통마을을 방문하면서 봉정사에 들러 우리 불교문화의 진수를 체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봉정사는 세계적 유명세를 얻었다.

 

봉정사의 암자로는 영산암, 지조암, 중암 등 3개가 있다. 봉정사는 672년(문무왕 12)에 창건했다고 하는데, 창건주에 대한 내용은 기록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양법당중수기'(兩法堂重修記)의 내용에는 봉정사의 창건주가 의상대사(義湘大師)라 전하고, 극락전의 상량문에는 능인대사가 창건주라고 적혀 있다.

 

이 두 기록은 조선 중기에 작성된 것으로 절의 역사를 전하는 가장 오래된 문서이며, 이러한 창건과 관련된 기록은 각색돼 창건설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능인대사는 의상대사의 제자이고, '삼국유사'(三國遺事) 등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귀국 후 처음으로 창건한 절이 부석사라고 하는데 봉정사가 세워진 672년은 부석사보다 4년 앞선 시기이므로 봉정사의 창건주는 의상대사보다는 능인대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창건 이후 절의 역사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지만 현존하는 전각 등으로 볼 때,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높은 사격을 지니고 법등이 지속됐음이 분명하다. 고려시대의 유물로 전해지는 것으로는 목조관음보살좌상(보물 제1620호)과 극락전(국보 제15호)을 들 수 있다.

극락전의 경우 1972년 중수하는 과정에서 상량문이 발견됐다. 상량문에는 고려 후기인 1363년(공민왕 12) 3월 전각의 지붕을 중수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극락전은 적어도 그보다는 앞선 시기인 고려 중기의 건물로 판단되고 있다.

 

◆살아 있는 건축박물관이자 전통문화의 뿌리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는 "전통사찰의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 불교가 지닌 특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며 "앞으로 전통사찰의 진정성을 회복하고, 완전성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사찰 불사에서도 기존 건물과의 조화나 균형이 깨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상현 동국대 교수는 "전국의 명산(名山)에는 천년의 전통문화를 지켜오는 사찰이 적지 않다. 사찰에서 유형·무형의 문화를 창출하고 계승해 왔기에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이 사찰에 가장 많이 남아 있어 건축과 조각과 회화와 공예 등 많은 문화유산을 전해주고 있다"며 "또 한국의 전통산사는 오랜 역사와 많은 설화를 간직하고 있어서 한국인의 정신적 고향이 되고 있다. 결국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는 불교에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국의 전통사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회의'에서 "한국 산지가람의 현재는 긴 과거의 축적이다. 1천여 년의 변화를 겪으면서 초기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창건 당시의 정신을 잃지 않고 지속해와 대지의 모양을 바꾸지 않은 채 초기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시대적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중창 방법들이 개발됐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봉정사에 대해서 "살아 있는 건축박물관으로서 선승들의 수행 생활에 적합한 시대적 건축물들이 유동적 공간의 흐름을 유도하고 있는 건축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는 전통산사의 특징에 대해 "마을과 인접해 있고, 산속에 가람을 건립하면서도 단을 쌓아 올려 전각을 지었기 때문에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았다"며 "봉정사는 대웅전 마당과 극락전 마당으로 구분되는데, 사찰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불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우리나라 목조건축의 야외전시장이라는 별칭답게 이곳에선 13세기 초 건립된 극락전과 14세기 다포건물인 대웅전, 16세기 주심포 후기 건물인 화엄강당, 17세기 만세루 등 다양한 전각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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