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100만에서 500만 달러를 가진 이들을 '이웃집 백만장자'라고 부른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동네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 기준에 속하는 부자들은 프랑스에만 40만 명, 미국에는 350만 명 정도가 있지만 경제 발전이 매우 왕성한 브라질과 한국에는 겨우 15만
명의 ‘약간 부자’가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전 세계 부자들의 무리 속에서 이들은 천민 계급에 속한다. 전체 백만장자의 90%가 이들이다. -
'서론' 중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면
500만~3,000만 달러를 보유한 부자 집단인데, 이들은 전 세계에 100만 명에 불과하고, 백만장자 전체 중 9.99%를 차지하고 있다.
럭셔리 산업의 주 소비자 층으로 언제라도 소비생활을 즐길 수 있고, 중간 크기 정도의 회사를 사거나 창업할 수 있으며, 자녀들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면서 살고 있다.
더 위로 올라가면 피라미드의 최상층인
슈퍼리치 그룹이다. 3,000만~600억 달러를 가진 이들은 전 세계에 11만 1천 명 정도로 백만장자 그룹의
0.01%를 점한다. 그런데, 비록 그 수가 적지만 백만장자 그룹 전체 부부의 약 3분의 1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보유한 상장 회사의
주식이나 재산 평가액으로만 접근하기에 완전한 자료는 아니다.
현재의 부자와 100년 전의 부자
사이에는 두 가지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 하나는 대부분 직업인으로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부자 개개인의 신상이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사냥이나 스포츠를 즐기고,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카지노를 들락거리는 무위도식형은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부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적 혁신이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그때마다 사회가 재편되고 있다. 150년 전부터 석탄, 철도, 자동차, 석유, 화학, 전기, 각종
소비재, 항공기, 대형 마트, 금융 상품 등을 거치다가 마침내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부의 축적이 바뀌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는 언론인 가정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저널리스트이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언론의 자유에 관해 3년간 강의를
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전세계 8개 언어로 발행되는 <사이콜로지 매거진>을 발간하고 있다. 또 인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여러
단체를 조직하였고, 기업의 단기수익주의에 반대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 책은 전세계 부자에
대한 보고서다. 최근들어 부자들은 모든 분야를 점령해 나가고 있다. 자본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와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막대하다.
그 결과, 부자들의 권력에 맞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자는 누구일까?
<셀러브리티 네트워크>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15세기 아프리카 말리의 왕
만사 무사라고 한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4,000억 달러 정도의 부를 소유했고, 또 씀씀이도 헤펐다. 빌
게이츠 등 현대의 슈퍼 리치들이 600억∼700억 달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니 만사 무사의 부는 가히
놀랍다.
21세기의 신흥
부자들
21세기에 들어서 새로이 부자 계급에
추가된 부류는 각종 직업군의 최고 장인 혹은 몇 년 사이에 엄청난 재산을 형성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이중 운동선수들의 경우는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져 버리는 부자들이다. 체력이 한창일 때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리오넬 메시와 데이비드 베컴의 재산은 각각 1억 3,000만 유로와 2억 유로로, 마이클 슈마허는 6억 유로
이상으로 예상한다.
영화배우, 가수는 운동선수보다 활동
기간이 길어서 50년 동안이나 수입이 계속해서 생기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종종 자신의 활동을 기초로 하는 회사를 세워 운영한다. 미국의 니콜
키드먼이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일명 '돈이 되는' 대형 배우들은 그들의 이름을 포스터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큰 홍보 효과를 불러온다. 가수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경우 재산 총액이 수직으로 상승한다. 폴 매카트니가 8억 달러, 엘튼 존이 3억여 달러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수용할 수 없는 것일까?
역사를 뒤엎은 프랑스와 러시아 혁명은
받아들이기 힘든 불평등에 맞서 종교적 가치를 표방하며 궐기했던 사건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평등이란 말이 공허한 슬로건일 뿐이다. 자비를 베풀라고
권장하는 기독교적 교훈은 작은 기부를 통해 일말의 죄책감을 털어낼 수 있게 해준다.
유럽과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삼사십년 동안 번영기를 구가하면서 중산층의 확대로 시민들의 삶 또한 그 질이 향상되었다. 유럽엔선 이 시기를 '영광의 30년'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노동자 가정의 자동차와 가전제품 보유비율이 1954~1975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자동차 보유는 1954년 8%에서
1975년 75%로, TV는 1%에서 87%로, 냉장고는 3%에서 91%로 각각 증가했다.
30년이 지나자 가파르게 상승하던
곡선이 그 역동성을 잃기 시작했다. 가정용 제품에 대한 소비 욕구는 이미 충족됐고, 노동조합이 권력을 얻는 동안 성장률은 절반 이상 낮아졌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값싼 나라들이 경쟁상대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젠 지친 경제를 안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골칫거리는 일자리 품귀 현상이다.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마저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고, 심지어 회사들은 더 값싼 인건비를 찾아
다른 나라에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회사의 규모를 키우기 보다 일자리를 늘리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와 빈자 간의 간격이 더욱 벌어지고 있다.
부의 독점은 수많은 불평등을 낳는다.
대표적인 게 교육이다. 교사와 전문직 자녀의 21%가 프랑스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에 입학한다. 반면, 자격증이 없는 하급 노동자의 경우 자녀가 이곳에 갈 수 있는 비율은 0.8%에
불과하고, 일반 사무원의 자녀는 4% 미만으로 나타났다. 특권층 자녀의 입학 비율이 서민층 자녀에 비해 스무 배 이상 높다. 배움을 통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부자들은 무엇을 욕구하는가
그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안다면 부자
역시 남들과 같은 기본적 욕구를 가진 인간에 불과함을 이해하게 된다. 다만 그들은 부유함 덕분에 가지게 되는 취향, 높은 교육 수준을 통해 더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매슬로가 연구한 끝에 발표한 욕구 5단계 피라미드는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자아실현의 욕구
평가받고 싶은 욕구
소속감에 대한 욕구
안전하고 싶은 욕구
생리적 욕구
한번 부자가 되었으니 이제 쾌락을
추구하자는 행동을 보여준다. 100억 달러 넘게 벌어들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두 창립자가 내놓은 상반된 선택을
지켜보는 일은 꽤 흥미롭다. 빌 게이츠는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 운동의 양상과 결과를 바꾼 세계적 재단을 설립했다. 반면, 그의
동업자인 폴 앨런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요트 '옥토푸스'를 구입했다. 길이가 127미터인 이 배에는 농구장과 헬기 주기장이
있다.
옥토푸스는 세계적 선박 길이 경쟁에서
밀려 현재는 12위에 머물러 있다. 빌 게이츠의 경우 대학교 의 개강 기념 특별 강연에서부터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의 강연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로 모셔가기 경쟁을 하지만, 폴 앨런에게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부자들의 쾌락의 추구가 이렇게
다르다.
"우리 모두는 온 세계가 우리를 존중해 주길 바란다"
- 파스칼
마찬가지다. 부자들은 또한 돈 이외의
요소를 통해 인정받기를 원하다. 이 때문에 예술 분야에 돈을 지원하기도 한다. 예술계에 후원하는 것과 고통을 받거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 중에서의 선택은 분면 자기중심적인 측면일 것이다. 부자의 아킬레스건은 법적인 것보다는 도덕적인 것에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부자의 방패막은 유산이다
조상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즉
유산은 전적으로 세계화에 기여했다. 각종 세금을 최소한으로 내면서 최대한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시장과 세법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었다. 토마 피케티는 1960년대에는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유산이 오늘날 경제적 중요성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그녀는 20년 동안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빌 게이츠와 비슷한 속도로 재산을
불려왔다. 설득력이 있다기보다는 상징성이 있는 사례이다. 상속인의 재산은 로레알의 주식이었고, 20년 동안 로레알을 운영한 사람들이 운영을 잘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이유로 세 가지다. 하나는 신흥국 중심의 높은 성장률이고,
다른 하나는 증가하는 금융자본의 지배력이며, 마지막 하나는 젊은 백만장자 즉 신흥 부자를 양산해내는 디지털
혁명이다"
부자들의 증가는 소비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두둑한 돈의 힘을 이용한 권력 정복을 통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정치적으로 부자들은 강력한 사회적 주체가 됐고, 세계적 권력도 갖고 있다.
이처럼 부자들이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지만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아이로니하게도 부자들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부자들의 역습이 있다면 이에 대한 반격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시민의 연결, NGO단체의 역할을 꼽는다. 하지만 그 실효성이 의심되므로 찝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계급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전쟁은 내가 속한 부자계급이 주도하고 있고,
결국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 워렌 버핏
이 책은 각종 통계와 사례를 인용해 부자들이 돈을 어떻게, 얼마나 버는지, 또 어디에 사용하는지를 통해, 현대에
나타나는 부의 폭발 현상과 불평등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