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나소서!
- 고 최연희 루시아 수녀님 영전에 바칩니다
최 루시아 수녀님!
몸져누워 뒤척이는
빈 겨울 들판에
서서
더 이상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는
먼 길
떠나신
당신의
텅 빈 자리를
보며
자꾸
목이 메입니다.
당신은
겨레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어머니의 산 지리산 자락
옛 산음 땅
산청에서 태어나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부산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부르심 받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에서
오롯이
하느님의 딸이 되었습니다.
신록이 눈부시던
유월 어느 날
큰 발걸음으로
당신은
이곳
안동,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셨습니다.
못 배운 한을
불사르는
마리스타 학생들에게는
자상하신 스승으로,
가족 사랑에
목말라하는
희망의 샘 아이들에게는
자애로운 어머니로,
뜨거운 열정으로
봉사하는 교사들에게는
"늘 푸른
그 뜻 변치 말라"고
어깨 다독이시던
너그러운 벗으로,
평화 통일
세상을 여는
사람들이 모인
시민학교 강좌에서는
배움에 불타는 학생으로,
남몰래
아픈 가슴
다스리며
오로지
하느님 뜻대로
살아오신
당신은
하느님 뜻대로
홀연히
먼 길
떠나셨으나,
우리는
그 오묘한 뜻
차마
헤아리지 못해
눈물만
글썽입니다.
이제는
하늘나라가
온전히
당신의 것이오니
이제는
고단한 몸
누이시고
편히 쉬소서.
오늘 여기에
남은 우리는
당신을 닮고자
밤을 낮 삼아
배우고
익히는
달맞이꽃으로,
서로 손잡고
"더 낮은 곳으로 임하라"시던
그 가르침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더러는
꿈길에라도
바람처럼
다가와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나소서.
*삼가 최 루시아 교장 수녀님의 명복을 빕니다.
2003년 12월 2일 김헌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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