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시

아네스의 노래 / 박기영

이산저산구름 2014. 3. 21. 11:54

아네스의 노래 / 박기영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아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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