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여행

문장으로 교감하다 - 프랑스에 전해지는 한국 문학

이산저산구름 2013. 8. 28. 12:30

독일어에 큰 발자취를 남긴 마르틴 루터
 

지난 5월 28일 프랑스 낭트Nantes에서 열린 제1회 한국 문화 축제 ‘한국의 봄Printemps Coréen’에서는 고은 시인의 시 낭송회가 열렸다. 고은 시인은 <속삭임>, <순간의 꽃>, <뭐냐> 등 대표작을 직접 낭독하며 프랑스인에게 자신의 시를 소개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낭송회에서 고은 시인은 목소리의 강약을 조절하고 몸짓을 더해 가며 청중에게 감정을 전달했고, 프랑스인 로랑 맹동Laurent Maindon은 다시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를 낭독하며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한국의 봄’ 축제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는 고은 시인 출처-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플리커
 
케이팝보다 먼저 프랑스를 사로잡은
한국 문학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대중 문화특히 케이팝과 드라마가 프랑스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프랑스에 먼저 발을 내디딘 것은 한국 문학이었다. 1990년대 초반 악트 쉬드Actes Sud출판사에서 이문열, 이청준의 작품을 프랑스에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라르마탕L’Harmattan, 필리프 피키에Philippe Picquier, 갈리마르Gallimard, 쥘마Zulma, 쇠유Seuil, 이마고Imago 등 여러 프랑스 출판사에서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냈다. 또한 지난 1995년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부와 프랑스 국립도서센터의 후원으로 열린 문학 축제 행사 ‘Les Belles Étragères’에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석하면서 프랑스에 한국 문학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번역되는 책은 대부분 영어권의 책이다. 올해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부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프랑스에서 제일 많이 번역된 언어는 영어였으며, 그다음으로 일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의 순이다. 또한 2011년에 프랑스에서 번역된 책의 37%가 소설, 시, 희곡 등 문학 작품으로 프랑스 내에서 외국의 문학 작품이 큰 관심을 얻고 있다.

 
2012년 7월 프랑스 이마고 출판사에서 펴낸 판소리 수궁가
 

프랑스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책은 2007년 108권7위, 2008년 68권10위, 2009년 76권10위, 2010년 67권10위, 2011년 54권12위으로 영어권 및 주변 국가 언어의 책이 주로 번역되는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상위권을 차지하며 꾸준히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프랑스에서 한국 문학의 소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한국 작가들의 역량은 말할 것도 없으며, 작가의 느낌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번역에 힘쓴 번역가들, 한국 문학 보급과 번역을 위해 노력한 기관 등 모두의 노력이 없었다면 프랑스 내에서 한국 문학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최근 프랑스 내에서 한국과 한국 대중 문화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한국 문학이 프랑스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마음을
동시에 물들이는 한국 문학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관련 기관 및 출판사와 공동으로 한국 문학 관련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는 천운영, 김언수, 문정희 작가가 프랑스를 방문했다. 지난 5월 6일 천운영의 <잘 가라, 서커스Adieu le cirque> 김언수의 <캐비닛Le Placard>의 프랑스 출간 기념으로 열린 한국 문학의 밤 행사에서 두 작가는 국제결혼과 관료주의를 가지고 기존 문학과 다른 시선으로 한국 현대 사회의 모습을 프랑스 독자에게 소개하였다.

 
천운영, 김언수 작가가 참여한 한국 문학의 밤 행사
 

또한 3월 22일에는 프랑스에서 시집 <찬밥을 먹던 사람Celle qui mangeait le riz froid> 출간으로 주목을 받은 문정희 시인과의 만남을 개최하여 시인 특유의 시적 에너지와 삶에 대한 통찰로 바라본 작품 세계를 소개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프랑스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한국 문학의 적극적인 수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으로 매년 독후감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는 김언수 작가의 <캐비닛Le Placard>이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많은 독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매년 많은 한국 문학이 번역•출간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이런 흐름이 지속되어 앞으로도 다양한 한국 문학 작품이 프랑스 독자들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플리커 http://www.flickr.com/photos/centreculturelcoreen
    한국 문학 번역원 http://www.klti.or.kr/
 
글_지영호
프랑스 아비뇽 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파리3 소르본 누벨 대학교에 같은 전공으로 박사 과정 재학 중이다. 프랑스 사회문화 연구 기관CERLIS 연구원이며, 파리에서 열리는 다양한 문화 행사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