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다듬기’란 의사소통에 지장을 줄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우리말의 정체성을 흐려서 문제가 되는 표현들을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자연스러운 어휘나 표현으로 다듬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말 다듬기’는 국립국어원의 주요 정책으로서 국립국어원이 1991년에 출범한 이래 꾸준하게 벌여 오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누구나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우리말 찾기
말 다듬기는 오랫동안 '국어 순화'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국어 순화'는 '외래어를 가능한 한 고유어로, 비속한 말을 고운 말로, 틀린 말을 표준어로' 다듬는 것과 '글을 맞춤법에 맞게 바르게 쓰는 것' 등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량의 어휘가 강제적으로 들어와 우리말의 정체성에 악영향을 미친 일본어, 우리말로 쉽게 바꾸어 쓸 수 있는 외래어 등이 국어 순화의 일차적 대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말 다듬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이 추진하고 있는 '우리말 다듬기'는 단순한 '순화'를 넘어 더욱 소통하기 쉽고 더욱 합리적인 우리말 어휘와 표현들을 찾아내 널리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에는 차별이나 편견을 낳을 수 있는 표현, 이를테면 '살색, 가정부家政婦'와 같은 말을 '살구색, 가사 도우미'와 같은 말로 바꾸는 데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립국어원에서는 전에 쓰던 '국어 순화'라는 용어 대신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우리말 다듬기'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순화醇化'는 '잡스러운 것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어 순화'는 '특정한 표현을 쓰지 않도록 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우리말 다듬기'는 '더 나은 표현을 지향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말로 이해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 설립 이전에도 한글학회를 비롯하여 각계각층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우리말을 다듬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 왔으며, 국립국어원도 1992년부터 2001년까지 해마다 각 분야별 '국어 순화 자료집'을 펴내고 2003년에는 이를 모아 '국어 순화 자료집 합본'을 내었다. 여기에 실린 어휘와 표현은 21,000개 남짓이다.
‘내’가 먼저 제안하는
우리말 다듬기
그러나 '다듬은 말'을 실제로 사용해야 할 일반 국민들을 배제한 채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만 우리말 다듬기 사업을 벌여 온 결과, '다듬은 말'이 널리 퍼지지 못하고 낯설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일반 국민이 직접 순화어를 제안하고 선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2004년 7월에 우리말 다듬기 전용 누리집인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말터'http://malteo.korean.go.kr의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일반 국민의 제안과 투표 참여를 통하여 '리플→댓글', '네티즌→누리꾼' 등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0개가 넘는 외국어들을 다듬어 내었다. 그리고 2011년 11월에는 국민이 제안한 순화어의 타당성과 소통성 등을 전문적으로 검증하여 순화어의 질을 높이고자 말다듬기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말다듬기위원회에서는 매달 회의를 열어 국민이 제안한 '다듬은 말'들을 심의하고, 이 가운데 '다듬은 말'로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3~4개씩 뽑고 있다.
우리말 다듬기는 일반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을 더 나은 표현으로 개선하여 나가는 일인 만큼, 국립국어원에서 추진하는 그 어떠한 사업보다 일반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우리말 다듬기 사업에 참여하고 다듬은 말을 널리 쓰게 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최근 널리 쓰이고 있는 외국어를 대신할 다듬은 말 몇 개를 소개한다.
다듬기 전의 말 |
다듬은 말 |
다듬기 전의 말 |
다듬은 말 | |||
리플←reply | 댓글 | 올킬all kill | 싹쓸이 | |||
레시피recipe | 조리법 | 지리ちり | 맑은탕 | |||
발레파킹valet parking | 대리 주차 | 쓰키다시つきだし | 곁들이찬 | |||
스크린 도어screen door | 안전문 | 파트너십partnership | 동반 관계 | |||
빅데이터big data | 거대 자료 | 인프라←infrastructure | 기반 시설 | |||
캡처capture | 갈무리 |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 대중 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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