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비행사의 시대 소설가 윤성희 편
일어나는 일마다 이름을 붙여 부를 수 있다면 이야기를 한다는 일은 불필요한 행위가 될 것이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미루어 보건대 삶은 우리가 쓰는 낱말들을 초월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말인가 결여되어 있기 마련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필요해진다.
존 버거John Berger 《우주 비행사의 시대》 중
세상을 한 단어로혹은 한 문장으로 파악하려고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는 소설을 쓰면서그리고 소설 쓰기를 거듭 실패하면서 알게 되었다. 단어로 요약되는 세상은 명료할 줄 알았다. 나무는 나무이고. 고독은 고독이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나를 둘러싼 세상은 점점 좁아졌다. 존 버거의 말처럼 삶은 우리가 쓰는 낱말들을 넘어선다. 그것이 이야기의 세계이다. 그러니 이야기의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런 말이 아닐까? 단어에 겸손하고, 문장에 겸손하고, 또 그걸 넘어서는 삶에 겸손해야 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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