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여행

우주 비행사의 시대 소설가 윤성희 편

이산저산구름 2013. 6. 12. 14:11

 

우주 비행사의 시대 소설가 윤성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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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는 일마다 이름을 붙여 부를 수 있다면 이야기를 한다는 일은 불필요한 행위가 될 것이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미루어 보건대 삶은 우리가 쓰는 낱말들을 초월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말인가 결여되어 있기 마련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필요해진다.


존 버거John Berger 《우주 비행사의 시대》 중

 


 

세상을 한 단어로혹은 한 문장으로 파악하려고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는 소설을 쓰면서그리고 소설 쓰기를 거듭 실패하면서 알게 되었다. 단어로 요약되는 세상은 명료할 줄 알았다. 나무는 나무이고. 고독은 고독이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나를 둘러싼 세상은 점점 좁아졌다. 존 버거의 말처럼 삶은 우리가 쓰는 낱말들을 넘어선다. 그것이 이야기의 세계이다. 그러니 이야기의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런 말이 아닐까? 단어에 겸손하고, 문장에 겸손하고, 또 그걸 넘어서는 삶에 겸손해야 하는 것이라고.

 
 

윤성희
1973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청주대 철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과 장편 소설 《구경꾼들》이 있다.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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