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여행

살아숨쉬는 우리말, 지역어

이산저산구름 2013. 6. 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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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 당하면 궁디를 쥐 차쁜다'삼진을 당하면 엉덩이를 걷어 차 버린다'의 경남 지역어'. 제1회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에 쓰인 문구이다. 이 말에는 지역민의 일상과 생각, 염원이 담겨 있다. 더 나아가 표준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해학과 재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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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어 사용 감소 추이


 

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의 지역어

 

최근에 우리 민족 문화의 정신이 담긴 지역어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국립국어원에 의하면, 5년 사이에 지역어 사용자 수가 9.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역어의 급속한 소멸 추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지역어 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은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 분류'에서도 확인된다. 2010년 12월에 유네스코는 제주 지역어를 소멸 위기 언어 4단계로 분류하였는데, 이는 소멸 직전의 위기 언어를 뜻한다.1)

 

국립국어원에서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어를 살리기 위해 보존과 활성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지역어를 지원하고 있다.

 

1) 유네스코는 소멸 위기 언어를 5단계로 분류하는데, 5단계는 이미 소멸한 언어를 뜻한다.

 
 
 

지역어 보존과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

 
지역어 보존의 측면에서는 현재 사용되는 지역어를 정밀하게 조사•수집하여 다음 세대를 위한 자료로 구축하고 있다. 2004년부터 '권역별 지역어 조사'를 실시하여, 매년 국내 9개 권역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과 국외 한민족 집단 이주 지역의 어휘•음운•문법•구술 발화 항목 3,354개를 조사하였다. 2013년 현재, 국내외 75개 지점의 지역어 238,134항목을 데이터베이스화하였다. 2014년에는 국민이 지역어를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런데 지역어 보존만으로 지역어 소멸을 늦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어 보존은 소멸을 대비하여, 다음 세대들이 현재 또는 과거의 지역어를 들을 수 있는 자료를 구축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그래서 지역어 보존 사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지역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놀라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지역어 보전과 함께 지역어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지역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일상생활에서 지역어가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3년에는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과 '지역 언어문화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과
'지역 언어문화 행사' 개최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은 지역어를 활용한 상품 개발을 촉진하여 지역어 상품의 경제적 활용 가능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행사이다. 이 행사는 지역어가 가진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년에 개최된 '제1회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사투리를 활용한 한글 멋글씨 야구 응원 모자'로 대상을 차지한 수상자는 상금을 종잣돈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오는 6월 10일에는 '제2회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이 열릴 예정이다.

 

'지역 언어문화 행사'는 '민속 문화의 해'와 연계하여 해당 지역의 언어를 주제로 행사 모형을 개발•개최하는 행사이다. 여기서 개발한 행사 모형을 지방 자치 단체에 이양함으로써 지역 고유의 행사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자 한다. 지역어가 지역민의 소중한 문화 자산임을 깨달을 때, 지역어는 실생활에서 꾸준히 사용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 언어문화 행사'는 지역어의 문화적 가치를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는 10월 말에 경남 마산에서 '경남 지역 언어문화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역어는 현재 소멸의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우리 국민 81.6%2010년 국민의 언어의식 조사는 지역어 보존에 찬성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지역어 보존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이루기 위해 지역어 보존과 활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하여 지역어가 박제된 언어가 아닌 실생활에서 살아 숨 쉬는 언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위진(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