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여러 가지 외래어가 있습니다. 한자어도 엄밀히 말하면 외래어에 속하지만, 보통 외래어라고 하면 한자어 이외의 외래어를 가리키지요. 이러한 외래어들 중 대부분은 영어에서 들어온 말인데, 그 밖의 언어에서 들어온 외래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4,000여 개나 실려 있을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오늘은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서 들어온 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히스테리를 부렸다.
박 씨는 몇 달째 빚쟁이에게 시달려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독일어에서 온 외래어가 모두 1,298개 실려 있습니다. 영어 다음으로 많은 외래어가 독일어에서 온 것이지요. 독일어에서 온 말은 전문 용어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히스테리Hysterie, 노이로제Neurose' 등의 의학 용어, '다자인Dasein, 테제These' 등의 철학 용어, '카르텔Kartel, 콘체른Konzern' 등의 경제 용어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자일Seil, 아이젠Eisen, 돌리네Doline, 라멘Rahmen, 캅셀Kapsel' 등과 같이 독일어에서 온 외래어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트륨Natrium, 칼륨Kalium' 등도 기원을 따지면 아랍어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지금 쓰고 있는 형태를 갖추고 우리말에 들어온 것은 독일어입니다.
나는 독일로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서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깁스를 하고 누워 있던 사람이 멀쩡히 걸어 다녀서 깜짝 놀랐다.
물론 일상용어 중에도 독일어에서 온 말이 있습니다. 부업으로 하는 일을 흔히 '아르바이트'라고 하지요? 이 말은 독일어 'Arbeit'에서 온 말인데, 원래는 일반적인 일이나 노동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석고 붕대를 일컫는 '깁스Gips'는 독일어로 '석고'라는 뜻입니다.
영희는 크레용으로 공룡 그림을 그려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
아이들이 전부 다른 종류의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해서 결국 뷔페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어에서 온 말 중에 널리 쓰이는 것으로는 '크레용crayon, 뷔페buffet, 고무gomme' 등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쓰는 '크레용'은 프랑스어로 '연필'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뷔페' 하면 호텔이나 결혼식 피로연이 떠오르지만, 프랑스어 'buffet'는 원래 식탁에 여러 음식을 늘어놓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먹을 수 있게 만든 간이식당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프랑스어는 외교 언어로 널리 쓰이기 때문에 외교 관련 용어 중에도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말이 많습니다. 특정한 사람을 외교 사절로 임명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국에서 사전에 동의하는 일을 가리키는 '아그레망agrément', 국가 간의 긴장 완화를 일컫는 '데탕트détente' 등이 프랑스어에서 온 말입니다. '세계축구협회'를 가리키는 '피파FIFA'도 프랑스어 '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입니다.
이탈리아어에서 온 외래어 중에는 음악 용어가 많습니다. 음악을 연주할 때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안단테andante, 모데라토moderato, 알레그로allegro'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만 계이름인 '도레미파솔라시'는 이탈리아어가 아니라 라틴어로 된 천주교 성가의 구절에서 따왔습니다. '카페라테caffè latte, 우유를 탄 커피라는 뜻', '마키아토macchiato, 표시를 했다는 뜻', '아포가토affogato, 액체 속에 빠졌다는 뜻' 등 커피와 관련된 어휘 중에서도 이탈리아어에서 온 말이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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