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불심을 밝혀주는 빛, 석등

이산저산구름 2012. 10. 9. 09:37

 


석등의 상징성

우리나라에서 전래되고 있는 석등은 6세기 초에 조성된 익산의 미륵사지 석등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정형적인 석등양식으로는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제17호)을 들 수 있으며, 이형석등으로 법주사 쌍사자석등(국보 제5호)과 화엄사 각황전 앞 고복형석등(국보 제12호) 등을 비롯하여 관촉사 석등(보물 제232호)처럼 4각형인 방형양식의 석등 등이 있다. 석등은 사찰의 성보물에서 유래되었지만 능묘뿐만 아니라 현재는 고급주택의 야간을 장식하는 용도로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찰에 조성되는 석등은 장식용 등과 달리 특별한 요건을 구비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석등이 어둠을 밝히는 실용재일 뿐만 아니라 진리를 밝힌다는 종교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형적인 석등으로 알려진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석등의 하대에는 음각면의 안상(코끼리 눈)이 2조씩 모두 8개가 새겨져 있다. 불교조형물에는 코끼리 눈 모양의 문양이 들어가는 특징이 있는데 코끼리를 성스럽게 여기는 인도 전통에 따라 불교조성물에 들어가는 요소가 된 것 같다.

또한 석등아랫부분의 연화대석에는 팔각으로 연꽃이 덮혀 있고 그 꼭지에는 귀꽃을 돌려 장식하여 신성한 것을 모신다는 의미를 갖추었다. 연화대위의 간주석도 8각으로 만들어 불교수행법인 8정도를 상징하였으며 간주석 위에는 다시 연꽃을 장식하여 불火이 들어 있는 화사석을 받치고 있다. 불보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꽃의 받침을 해야 하므로 화사석안의 불火이 곧 불佛을 의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불佛의 빛이 4면이 뚫려 있는 화창을 통해 사방으로 무명의 중생계를 비추고 있는 형상이다. 또한 화사석의 창 사이에는 인물상을 양각으로 새겨놓았는데, 이 인물상은 발부분이 부처처럼 연화대에 서 있으나 머리에 관을 쓰고 있으니 보살상임을 알 수 있다. 신장상이 아니라 보살상이 이 석등을 수호하는 것은 화사석 안에 들어 있는 불火이 바로 부처를 상징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해 준다.


이형석등의 의미

이처럼 불교적 석등은 기단부에는 반드시 연꽃장식을 해야 하며 화창이 있는 곳의 받침석도 연꽃으로 장식하여야 한다. 이형석등을 조성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상징물을 변경시킨다. 예컨대 8각 기둥대신에 지혜를 상징하는 사자상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고, 함포고복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평화로움과 풍요를 상징하는 북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형석등 가운데 중간 기둥이 사자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쌍사자 석등은 지혜를 통해 완성(성불)하는 것을 상징한다. 문수보살도 사자상을 타고 있는데 사자는 바로 불교에서는 지혜를 상징하는 짐승이다. 부처의 설법을 사자후라고 하는데, 부처의 설법이 모든 중생의 번뇌를 제압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충북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을 보면 두 마리 사자 중 한 마리는 입을 다물고 있고 다른 한 마리는 입을 벌린 형상을 취하고 있다. 이는 입을 벌린 것은 범어 첫 글자 아a자를 상징하며 창조·출발·시작 등을 의미한다. 입을 다문 것은 범어 마지막 글자 훔hum자를 상징하며, 끝과 소멸을 의미한다.‘아’와 ‘훔’을 합하면 원만구족을 상징하는 범어 옴om자가 된다. 그러므로 쌍사자형상은 완성을 의미한다.


석등의 활용

전래되는 여러 종류의 석등이 있더라도 석등의 이러한 특징을 중요시한다면 정형성을 찾기 위해 시기적으로 앞선 것이 우선적으로 높이 평가 될 것이며, 조형물의 예술적 완성도에 따라 다시 등급이 나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석사 석등은 정형성의 측면에서 높은 등급을 매길 수 있다면 예술성으로 볼 때는 쌍사자석등의 생동감과 더불어 곡선미가 아름다운 고복형 석등들이 또 다른 등급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대에 들어서는 고복형 석등양식들이 모방되어 많이 조성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문화재의 등급지정은 가치성에 영향을 받을지 몰라도 문화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은 각 시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에 달려있다. 어둠을 밝히는 등 하나에도 벽사와 지혜를 희구했던 철학과 예술성을 가미한 선조의 지혜를, 현대의 기술로 작고 정밀하게 만들어 우리의 침실과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석등으로 새롭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글·사진·한정갑『한지유의 사찰문화재기행』저자 사진·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