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템플스테이, 경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민족의 전통문화와 얼

이산저산구름 2012. 8. 1. 11:03

 

만남의 장으로서의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는 우선 만남의 장이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혹은 잃어버리고 살았던 자신(나)을 만나고, 서로를 만나고, 한 방울의 물과 한 톨의 쌀에서 세계와 우주를 만나는 ‘만남과 만남’을 통해 참가자들은 비로소 자신(나)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1,700여 년간 굳게 닫았던 산문山門을 열고 우리나라 사찰들이 외부인을 안으로 받아들인 것도 그 이유가 제일로 컸다.

그 또한 산문 안에서 1,700여 년 동안 고요히 잠자고 있던 우리 전통문화와 불교문화의 정수를 오롯이 맛볼 수 있었던 것도 많은 내·외국인들이 템플스테이를 찾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물질적 행복만을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오던 내국인들에게는 조상의 삶의 정신과 멋을, 외국인들에게는 우리 한민족만이 갖고 있는 전통문화와 우리만의 정신문화를 예불·참선·다도·울력·발우공양 등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맛볼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느리게 가는 산사의 시간

산사의 시간은 퍽 일찍 시작된다. 그러나 퍽 느리게 간다. 그렇지만 언제 가는지 모르게 간다. 새벽 3시부터 밤 10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산사의 시간은 그렇게 정중동, 동중정으로 느릿느릿 흘러간다. 그러나 그 느림의 시간이 나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팽팽한 거문고줄 같은 시간이다. 팽팽한 외줄타기 같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산사의 고요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느림과 긴장, 비움과 채움의 얼굴이다. 산사 사람들은 승무僧舞처럼 느림 속에서 긴장을 찾고, 비움 속에서 채움을 찾는다.

실제로 스님들의 삶은 이 두 얼굴의 연속이다. 새벽 일찍 일어나 예불하고, 참선하고, 공양하고, 울력하고,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스님들은 끊임없이 마음을 비워나가고 그 비운 공간에 우주를 담고 자연을 담고 땅냄새를 담고 풀냄새를 담고 물소리를 담고 바람소리를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채운 생명력으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보살도를 행한다.

많은 내·외국인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 템플스테이를 찾는 것도 이처럼 산사의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비우고 새로운 자신으로 내면을 채우기 위해서일 터이다. 산사의 고요함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되찾고,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일 터이다. 그리고 그 ‘비움과 채움’의 미학에 우리 민족 고유의 맛과 멋과 문화의 옷을 입힘으로써 보다 더 행복하고 담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터이다.


 

세계적인 울림으로 퍼져나가는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가 우리나라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울림으로 퍼져나간 것은 이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009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템플스테이를 ‘세계의 성공적인 5대 문화 관광 상품’으로 선정했다. 템플스테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 고유의 문화체험 관광 상품이 되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찾은 많은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이리나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한 G20회담에 참석한 각국의 정상들이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맛보기 위해 템플스테이를 거쳐 갔다. 템플스테이는 이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와 민족의 정신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필수 관광코스가 된 것이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아주 단순하다.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찰들은 대개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산문을 개방한다. 체험형 템플스테이와 휴식형 템플스테이이다.

체험형 템플스테이는 말 그대로 스님들을 따라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고,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산사의 자연과 문화 환경을 활용해 마음의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재충전하는 형태다. 그러므로 템플스테이에 갈 때는 자신이 어떤 프로그램을 체험해보고 싶은지 먼저 결정한 뒤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체험형 템플스테이의 특징은 새벽예불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스님들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라 해보는 데 있다.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서 예불을 드리고, 108배를 하고, 참선을 하고, 발우공양을 하고, 울력과 포행을 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퍽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그런 힘든 일정에도 잘 적응한다. 오히려 그런 힘든 일정들을 통해 비로소 자신(나)을 찾게 됐다며 기뻐한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말 그대로 고요한 산사의 풍광과 분위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그러므로 휴식형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겐 아무런 강제 조항이 없고, 새벽예불과 저녁예불 등 예불 시간과 공양 시간만 지키면 된다.

이밖에도 수행형 템플스테이가 있는 곳도 있으며, 숙박을 하며 템플스테이를 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몇 시간 동안 사찰 참배와 염주 만들기, 다도, 발우공양 등 불교문화 체험만 하는 템플라이프가 있다. 또한 각 사찰의 특성에 따라 사찰음식 만들기, 다도 배우기, 선무도 배우기, 차 만들기, 연등 만들기, 숲길 걸으며 명상하기 등 다양한 불교문화를 곁들여서 템플스테이가 진행되고 있다. 템플스테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경우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에서 자기가 체험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는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템플스테이가 풀어 나아가야 할 과제

얼마 전 템플스테이를 총괄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2010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내국인 7,037명과 외국인 88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템플스테이 만족도 조사 연구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흥미를 끈 대목은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외국인 10명 중 9명(92.7%)이 다른 사람에게 템플스테이를 추천하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또 템플스테이 참여 이유로 내국인은 ‘휴식과 일상의 재충전’이라고 응답(22.0%)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외국인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불교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높게 나타났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이에 대해 ‘내국인들은 사회적·개인적 갈등을 해소하고 행복감을 찾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대안으로 템플스테이를 찾고 있는 데 반해 외국인들은 템플스테이를 한국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내국인은 물론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통사찰에 녹아 있는 기왕의 우리 전통문화와 불교문화의 씨줄 위에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있는 내면여행의 날줄을 다양하게 엮어가야 한다. 그러한 예로 산사음악회를 들 수 있다. 전남 구례 화엄사는 매년 가을 국제영성음악제를 열어 많은 내·외국인들을 산사로 불러들이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현재 서울의 금선사와 묘각사·봉은사·국제선센터, 인천의 전등사, 대구의 동화사, 부산의 범어사, 강원의 월정사, 경기의 용주사, 전북의 금산사·선운사, 전남의 미황사, 경북의 직지사·골굴사, 경남의 해인사, 제주의 약천사를 외국인 템플스테이 상시 운영사찰로 지정해놓고 있다.

글·승한스님 대원사 템플스테이 전 지도법사 사진·문화재청, 연합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