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면 되게 하라.” 이것 국방의무를 이행하고 있을 때 많이 보던 구호입니다.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하라고 윽박지르는 거죠. 세상엔 안 되는 일도 있고, 못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무시한, 무척이나 피곤한 채찍질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건 베스트셀러의 제목입니다. 넘어지고 좌절한 청춘에게 보내는 위로죠. 하지만 청춘에게만 위로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 위로로 잠시의 통증을 잊을지언정 ‘힘’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 둘 사이에서 오락가락합니다. 아니, 채찍질 당하면서 위로를 갈망하는 상태죠. 끝없는 업무나 공부 중압감, 혹은 이를 통한 경제적 사회적 파워의 확보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행태를 허겁지겁 좇아가느라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하는가‘란 의문에 시달리는 형편입니다.
독일의 저명한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탈출구를 제시합니다. ‘생산적 휴식’을 권하는 거죠. 그에 따르면 휴식은 빈둥거림과 다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에서 오스트리아의 사회학자 헬가 노보트니까지 인용하며 “휴식은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가장 깊숙한 내면과 만나는 시간”이라 일깨웁니다. 그러니 생산적이 될 수밖에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10시간보다 30분의 산책이 훨씬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든다는 지은이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이가 한 둘일까요.
휴식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니 이를 얻기 위한 조건도 달라집니다. 지은이는 제대로 된 휴식을 누리려면 세 가지 오해를 벗어 던져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첫째 오해는 시간이 없어서 쉬지 못한다는 겁니다. 오늘날엔 평범한 가족도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예전에 28명의 하인이 하던 일을 해치울 수 있다는 거죠. 늘어난 여유에 비례해 다른 일들이 늘어났을 따름이라네요. 두 번째 오해는 돈이 있어야 제대로 쉴 수 있다는 겁니다. 이국 땅, 편안한 시설, 맛난 음식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세 번째 오해는 휴식은 완벽하게 환상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이랍니다. 이런 휴식은 충족되기 힘든 만큼 갈증만 키울 거라는데 맞는 말 아닐까요.
‘행복한 친구를 곁에 두라’ ‘자신의 추모사를 써라’ 등 진정한 휴식을 위한 처방까지 담은 책은 ‘게으름뱅이 갤러리’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 잘 익힙니다. 그런데 책을 덮으며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솝 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에서 쉬지 않고 걸어 승리한 거북이는 과연 행복했을까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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