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cafe

[곡선이 이긴다] - 가던 길이 막히면 돌아가라

이산저산구름 2012. 5. 21. 13:38



‘직선’을 수학적으로 정의하면 ‘점과 점 사이의 최단 거리’라고 하죠. 직선형 삶은 효율과 속도, 획일화를 의미합니다. 한데 우리네 삶은 반드시 그렇게 재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효율이란 것이 서구에서도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어휘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 또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란 우리 속담을 봐도 조상들의 삶은 반드시 최선, 최적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학교수와 기자가 손잡고 ‘곡선형 삶’을 제안한 것이 이 책입니다. 곡선의 프레임 즉, 속도보다는 여유, 획일화보다는 다양성, 목표보다는 여정, 경쟁보다는 화합, 정면돌파보다는 유연성을 강조하죠. 당연히 ‘곡선형 삶’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미국의 아이비 리그로 직행한 우리 엘리트 학생들의 탈락률이 높은 것은 정해진 패턴에서 벗어나기 일쑤인 토론식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랍니다. 연간 근로시간 225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선두를 달릴 정도로 일에 치이는 형편이지만 대한민국에서 평사원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0.96%에 불과하다죠. 세상을 1대 99로 나누는 직선형 프레임은 누굴 위한 것이냐고 지은이들은 묻습니다.


그렇다면 곡선형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책에선 6가지 특징을 제시하는데 하나 하나 공감이 갑니다. 볼까요? ‘더디 가도 걱정하지 않는다’(‘느림’이 ‘빠름’보다 빠르다), ‘돌아가도 조급해 하지 않는다’(‘기적’은 ‘곡선’에서 잉태된다), ‘뒤로 가도 아쉬워하지 않는다’(1보 후퇴는 2보 전진이다),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는다’(많이 넘어진 아이가 빨리 걷는다), ‘내려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내려가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헤매도 불안에 떨지 않는다’(‘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이겁니다.


대부분 잊고 살지만, 그리고 행하기 쉽지 않지만 모두 지당한 이야기 아닌가요? 물론 지은이들은 인생이란 ‘곡선’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고 인정합니다. 인생은 ‘완행구간’이 있으며 직선과 곡선의 프레임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거죠. 더 많은 것을 더 짧은 시간 안에 달성하려 애쓰기보다 새로운 도전과 끊임없는 자기변신을 통해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답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는 속도의 경쟁이 아닌 스스로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지는 ‘밀도의 경쟁’을 하라는 지은이들의 조언은 귀담아 들을 만하지 않은가요.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직선으로만 이뤄진 마라톤 코스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