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건만 봄 기분을 느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할 때 흔히 쓰는 말입니다. 올해처럼 달력으로는 봄인데 이상저온이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계절은 봄이지만 취업난이며 생활고에 마음은 추울 때 딱 맞는 말이죠.
한 나라 원제 때 오랑캐 땅에 볼모로 간 후궁 왕소군의 눈물 어린 사연을 후대의 시인 동방규가 읊은 시구라는 걸 모르고도 우리는 이 명구를 들먹이는 데 아무 지장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처럼 적어도 한중일 동북아 3국에선 중국문학과 역사가 문화에 녹아 들어 있습니다. 사자성어나 중국 고사가 들어가면 글맛이며 품격을 높여주는 듯 해 그런 글을 높이 쳐주던 때도 있었습니다.(물론 요즘에는 서양의 일화나 코쟁이 석학들의 한 마디를 동원하는 것이 훨씬 더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중국 문학에서, 말 그대로 절창을 골라 해설을 더했습니다. 절창(絶唱), 그러니까 목숨을 건 노래를 모았다는 점에서 당(唐)시선처럼 시대구분을 한 선집이나 개인작품집과는 다릅니다. 즐기거나 뽐내기 위해서가 아닌, 부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절절한 그 무엇이 있을 때 쓴 글들을 모았으니까요. 여기에 시만이 아니라 제갈공명의 출사표, 사마천의 편지처럼 산문도 넣어 ‘문학’의 범주를 넘어선 것도 이 책의 미덕입니다.
흉노에게 항복한 장수 이릉을 변호하다 왕의 미움을 사 남성을 거세 당하고도 ‘사기’라는 불후의 역사서를 남긴 사마천이 임안에게 자신의 심정을 전한 ‘임안에게 보내는 편지(報任少卿書)’를 볼까요.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몸을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이를 위해 단장한다” “수양을 닦는 것은 지혜가 모이는 것이고, 사랑을 베푸는 것은 인(仁)의 시작이며, 주고받는 것은 의리의 표상이며, 치욕을 대하는 것은 용기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며 이름을 날리는 것은 품행이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 “지금 제 목숨과 가정의 안위만을 돌보는 자들은 그(이릉)가 한 가지 부당한 일을 저질렀다 해서 함부로 그의 단점을 확대 과장하고 있는데 저는 실로 통분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절들은 대구와 리듬을 살린 형식의 아름다움도 뛰어나지만 지금 읽어도 이른바 지도층의 마음가짐, 평가의 어려움을 생각하게 하는 명구입니다.
명작이나 걸작보다 절창은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왜 사람이 마지막에 하는 말은 아름답고 착하다지 않습니까. 그러기에 서양에선 ‘백조의 노래’라는 말이 나왔겠지요. 이 책이 여느 중국문학선보다 끌리는 까닭인가 합니다.
'book-ca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식] - 빠르다고 멀리 가는 것은 아니다. (0) | 2012.05.14 |
---|---|
『나 한 사람의 전쟁』 (0) | 2012.04.25 |
내가 하는 일 가슴 설레는 일 - 삶에서 결코 잃어선 안 될 것들 (0) | 2012.04.16 |
한국인이 영어 말하기에 유독 약한 이유 (0) | 2010.09.17 |
‘to be or not to be' (0) | 2010.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