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우리는 어떻게 가을 탈 것인가(가을의 본질을 구현하다)

이산저산구름 2010. 11. 2. 14:47

 
 

가을은 느끼라고 있는 계절이다. 이 가을에 괜히 싱숭생숭하지 않을 자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참 매력없는 사람 일게다. 가을을 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응당 여행을 떠나야 마땅하다. 부산 추리문학관에서는 바다를 보고, 책도 볼 수 있다.
보수동헌책방골목에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부산에서 북으로 방향을 잡아 경북 봉화로 향했다.
가을 단풍이 만산홍엽을 이룬다는 청량산 흙길을 밟기 위해서였다.
또 다시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군인들만 살고 있는 줄 알았던 강원 철원에는 복주산자연휴양림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글 ․ 사진 박지영
 


 

부산이라면 으레 여름 휴가철 인파로 가득하고,

파라솔이 축제처럼 펼쳐져 있는 해운대가 떠오른다.

부산의 밤은 보석처럼 반짝거려 더욱 아름답다.

 

APEC 누리마루와 함께 저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의 야경이 한데 어우러져

여행자의 마음을 달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해동용궁사는 또 어떤가.

오롯이 바다를 마주한 절의 기개가 멋스럽다.
최근 10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자갈치축제도 열렸다.
볼거리 많고, 먹을거리 풍부한 부산,

대한민국에서 첫손에 꼽히는 관광도시지만 이 가을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부산으로 향했다.
온갖 종류의 서적이 한데 모여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과 바다를 바라보면서

독서와 사색이 가능한 곳이있다는 고급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부산 보수동의 책방골목은 부산 지하철 자갈치역 3번 출구로 나와

극장가 쪽으로 방향을 잡고 국제시장을 지나면 대청로 네골목에서 보수동 방면에 있다.

아주 오래된 분위기를 풍기며 책이 빼곡한 골목이 존재한다.

40개 남짓의 헌책방이 밀집해 있고, 책읽기 좋은 카페도 들어서 있다.

그 역사는 6.25 전쟁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 온 피난민들을 위해 보수동 뒷산에서는 노천 교실, 천막교실을 꾸려 수업을 했다.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당시, 학생과 지식인들의 불타는 학구열에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책의 공급은 형편없었다. 헌책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았던 시절이었다.
자연스럽게 노점 헌책방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고

지금의 책방골목이 형성되게 된 것이다.
책을 내다 팔고, 저당 잡히기도 하고, 다시 필요한 헌책을 저렴한 가격에 사가기도 하면서 성장했을 그들, 지적 탐구에 대한 그들의 욕구는 어쩌면 클릭 한번으로 하루 이내 책을 받을 수 있는 우리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 아니었을까.

보수동책방골목은 그 시절이 그랬듯,

마땅한 데이트 장소가 없던 청춘남녀의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다.

이곳은 초중고 참고서, 교과서부터 아동도서, 소설, 교양도서, 만화, 잡지,

외국도서, 예술서적 등에 이르기까지 서적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중고서적은 40%에서 70%까지 저렴하게 얻을 수 있으며, 물론 새 책도 구입이 가능하다. 또 이곳에는 아직까지 에누리가 존재한다. 굳이 서점의 바코드를
거치지 않아도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보수동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신중하게 책을 한권 골라 집었거든 한 군데 더 들러볼 일이다. 책읽기와 사색이 가능한 곳이 있다. 해운대를 조망할 수 있는 달맞이 고개 꼭대기, 추리문학관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전문도서관이다. 날이 좋은 날은 대마도까지도 조망이 가능하다는 이곳은 이름그대로 추리문학 전문 도서관이다. 1992년에 개관하여 추리소설 3만권을 포함해 총 4만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관장은 여명의 눈동자를 집필한 김성종 씨다.신정, 구정 설 당일과 추석 당일 이틀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 총 5층 건물이지만 1층부터 3층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4층과 5층은 김성종 관장의 서재와 집필실로 이용되고 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각층마다 50석에서 80석 정도의 좌석이 있다.
이곳에서는 책을 읽는 것은 물론 공부도 할 수 있다. 학생들 시험기간에는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1층은 북카페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5천원을 지불하면 커피, 녹차, 홍차, 오렌지주스 등의 차를 마실 수 있고, 리필은 무조건 천원.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 보수동책방골목

문의 www.bosubook.com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보수동1가.

● 추리문학관

문의 051-743-0480 www.007spyhouse.com

주소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2동 1483-6



가을 산의 청량한 공기가 사람을 부른다. 공기 뿐 아니다. 그 청량한 공기를 가진 산이 찬란하고 화려한 꼬까옷까지 차려입었다. 수줍은 색시같은 겨울 순백의 단아한 산이 아니다. 여름 짙은 녹색 청춘의 산도 아니다. 세상의 이치 다 깨달은 듯한 우수에 젖은 가을 산이다.
경북 봉화의 청량산(870미터)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이름 나 있다. 만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른 단풍을 즐기려는 평일 등산객들이 줄을 잇는다.
조선시대 학자 주세붕은 금강산에 비견되는 명산으로 청량산을 꼽았고, 그의 기행문「유청량산록」에서 청량산을 두고 “단정하고 엄숙하며 상쾌하고 경개한 산으로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산이 청량산이다”고 말했다.

청량산은 모두 열 두개의 봉우리가 있고, 등산코스는 6개다. 입석에서 시작해 금탑봉을 지나 어풍대를 거쳐 김생굴에서 잠시 쉬다, 자소봉(840미터)으로 오르는 일반적인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수직절벽 금탑봉은 청량산 봉우리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뽐낸다. 금탑봉 중층의 어풍대는 청량산 제일가는 전망대라 이름 부를 만하다. 천년 고찰 청량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화봉 기슭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사찰이다.
영화 <워낭소리>에도 출연한 적 있다. 어풍대는 안전대를 해 놓았지만 그 밑은 천길만길 낭떠러지이기 때문에 절로 다리가 후들거린다. 어풍대에서 김생굴까지는 청량사를 왼쪽 품에 끼고 돌아간다. 비교적 평탄한 등산길이 계속되다가 통일신라시대 서예가 김생이 수학했다는 김생굴과 조우한다. 경일봉 아래 위치한 이 굴에서 김생은 암자를 짓고 10년 동안 글씨 공부를 했다고 전해진다. 김생굴부터 자소봉까지는 5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이제부터 진짜 산행의 시간, 온몸이 땀으로 흥건할 정도로 가파른 산길이다. 오늘 산행의 고지, 자소봉에 올라 한숨을 돌린다. 발 아래 산은 가을 준비에 바스락 소리를 내고, 한창 분주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하산길은 탁필봉(820미터), 연적봉(846.2미터)을 거쳐 뒷실고개, 청량사, 청량정사로 이어져 다시 입석으로 내려오는 길로 잡았다. 연적봉에 오르니 탁필봉과 자소봉이 일진선상에 놓이고 청량산의 명물 하늘다리가 아스라이 보인다. 청량사로 내려오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다.
서둘러 내려왔다면 청량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리도 쉬게 해주고 다시 여유있게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청량산에는 최치원이 수도한 풍혈대와 독서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은신한 오마대, 공민왕당 등이 있다. 이황은 도산서원을 근거로 하여 후학을 가르치며 학문을 연구하다가 수시로 청량산으로 들어가 수도하였다고 전해진다.

문의 : 봉화군 문화관광과 054-679-6114 www.bonghwa.go.kr
청량산 관리사무소 : 054-679-6651, 청량산 안내소 054-672-4994 주소 : 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휴양림(休養林). ‘쉬는 숲’이다. ‘쉼표여행’에 이만큼 적합한 곳도 없지 않을까. 가을 숲의 정취를 한껏 누리고 싶다면 휴양림이 좋겠다. 당일 입장권을 끊어 단풍구경과 산림욕을 해도 좋고, 향기로운 숲내음을 맡으며 하룻밤을 묵어도 좋다.
   

강원도 철원, 남한의 최북단에 위치한 복주산자연휴양림은 산림청이 관리하고 있는 국립자연휴양림이다. 이곳은 숙박동이 적은 편이라 다른 휴양림과는 다르게 번잡하지 않고, 말 그대로 오롯이 쉬고자 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숲속의집 3동(8인실), 산림문화휴양원 12실(4인실), 숲속수련장 1동(단체,3실)이 전부다. 또 이들 숙박동도 다들 멀찍이 자리 잡고 있어 고요와 사색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복주산(1,157미터)은 아주 오래전 세상을 물로 심판할 때에 모든 곳이 물로 잠겼으나, 복주산 꼭대기에 복주께(주발) 뚜껑만큼의 산봉우리가 남아 있었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휴양림에서 복주산까지 등산로는 아직 없지만 산이 있고, 사람이 다니면 작은 길이라도 있기 마련. 동네 주민들이나 아는 사람들은 조심조심 다녀오고 있다. 굳이 복주산 정상까지의 등산이 아니더라도 휴양림을 거쳐 10km 정도, 왕복 다섯시간 소요되는 등산로가 있다. 또 계곡을 따라 수변 데크가 놓여 있어 자연과 호흡하는 산책코스로 그만이다. 이 무렵 이곳을 찾는다면 발아래 아우성치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재미를 톡톡히 느낄 수 있을 터다.

수변 데크를 따라 걷다 그 길이 끝날 무렵 용탕골이 나왔다. 그 모양이 뱀이 목욕을 할 수있도록 날렵하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낙엽이 둘러 싸여 있는 용탕골은 가을 정취의 최고를 자랑한다. 산림문화휴양관(숙박동) 앞마당에는 작은 독서대를 꾸며놓아 벤치에 앉아서 독서를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하루 두 차례, 오전 10시와 오후 15시에 숲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버려진 나무를 이용하여 목걸이, 곤충 등을 만들어보는 목공예 체험도 할 수 있다. 지난 9월 있었던 산림박람회에 많은 작품을 출품했을 정도로 실력이 쟁쟁한 작품이 많이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으로 찾게 될 경우에는 터미널까지 픽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숲과 휴양림을 구석구석 누비며 애정어린 목소리로 복주산 자연휴양림 소개를 해주던 윤기완 소장은 최근에는 휴양림 근처에 집을 지었을 정도로 이곳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휴양림 여행에 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휴양림은 유원지라고 생각하고 여행을 오기 보다는, 인위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에는 한 가족에게 선물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곳에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아이들 아토피가 다 치유됐다고 해서 마음을 담아 선물을 주시더라고요. 마시고 유흥을 즐기기 보다는 몸과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휴양림을 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문의 033-458-9426

주소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 산133-1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