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방송에서 이 노래가 이따금 흘러나온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유연태(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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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방송에서 이 노래가 이따금 흘러나온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수 최양숙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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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몇 권의 시집이나 수필집이 동반되면 좋겠다. 여행자의 배낭이나 조끼 주머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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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죽 튀어나온 한 권의 책은 그 사람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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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제주올레를 개척한 서명숙씨의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이다. 이 가을, 내 여행길의 동반자로 선택한 책들은 숙명여대 강미은 교수의 ‘그곳에 가면 누구나 행복해진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고 법정스님의 ‘일기일회’, 여행사진가 신미식의 ‘미침, 여행과 사진에 미치다’, 미국 사진교육가 브라이언 피터슨의 ‘사진의 모든 것’ 등이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낙엽 떨어지는 나무 아래에서, 그것도 아니면 여관방 침대에서라도 좋다. 책을 펴드는 장소가 어디든 무슨 상관이랴. 미처 다 읽지 못한들 무어 그리 애태우랴. 내 여행길이 행복하면 그만인 것을. 책 읽기조차 버거운 날이라면 가을 바람에 실려 마음 내키는 대로, 발길 향하는 대로 걸어볼 터이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은 제주올레 10코스 개장일에 “직립보행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며, 걷기야말로 인간을 사색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최고의 명상 수단”이라고 말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당신의 모습은 ‘보보생연화(步步生蓮花)’. 발걸음을 뗄 때마다 연꽃이 피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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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여행을 즐겨보자고 마음만 먹으면 참으로 길은 많고도 많다. 초보자들을 위해서는 ‘걷기사전’ 같은 가이드북들도 서점에 다수 나와 있다. 여행자의 사정에 따라 반나절, 한나절, 아니 1시간만 투자해도 좋다. 걷기여행은 여럿이 어울리지 않고 혼자 즐겨도 어색하지 않다.동행자가 많으면 유쾌하긴 하되 대화를 주고받기에 바쁜 것이 단점이다. 혼자라면 모처럼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며 어디론가 멀리 달아났던 나, 지우개처럼 닳아버린 자신을 되찾을 수 있어서 흡족하다.‘두 다리에 힘 있을 때 여행 많이 다니시구려. 먹고 사는 게 바빠서 정신없이 살다가 이제 시간이 나서 팔도를 돌아다니려는데 다리에 힘이 없다우. 날벼락 맞은 것 같아.’ 문경새재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는 내게 그렇게 충고했다.스승이 따로 없다. 땀흘려가며 걷는 길에서는 어디를 가나 인생의 사부를 만날 확률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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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들이는 가을 여행의 필수 테마이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단풍 전선은 계속 남하한다. 기상청 발표나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단풍이 좋은 곳을 찾아내는 수고가 뒤따른다. 더 확실한 정보를 원한다면 해당 지자체의 문화관광과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해보자. 공무원들은 자기 고장의 이미지를 위해서, 관광객 증대를 위해서 친절하게 안내해줄 것이다. 그밖에 억새감상여행, 갈대숲감상여행, 낙엽길 걷기여행 등도 단풍여행에 버금가는 가을여행 테마이다. 또 하나, 가을여행이 소중한 것은 소풍의 추억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은 계란과 사이다로 집약되는 어른들의 가을 소풍에 얽힌 추억을 요즘의 아이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뭐 그런 구닥다리 이야기는 부모들 가슴에 조용히 담아두자. 그리고 아이들 손잡고 인근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기념관 등을 찾아가기를 권한다. 대개 그런 곳들은 잔디밭, 나무 그늘, 벤치 등 도시락을 먹을 장소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가. 모처럼 아이들의 감수성도 키워주고 체험학습 기회도 선물해주는 날이니 꼭 한 번은 ‘가을 소풍 날’을 잡아야 한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산해(李山海)는 ‘망양정기’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나는 조그마한 땅에서 태어났는데도 아직 나라 안의 훌륭한 경관조차 다 보지 못했다. 나의 글이 조잡하고 놀라울 것이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만일 당신의 일상이 지루하고 삶에 희망이 보이지 않거든 이 가을날 여행을 떠나시라. 여행은 당신에게 새로운 삶을 보여주는 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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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유연태 씨는 경향신문사와 국민일보사 기자를 지냈으며, 현재 전업 여행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2009년 관광의 날에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 매주 금요일 저녁 YTN의 ‘어디로 떠날까’에 출연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민국 여행사전』, 『당일치기 낭만여행』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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