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수도사 이야기
어느 수도원에서 한 수도사가 사과나무 묘목을 심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기도했지요. "주님, 여린 뿌리가 먹고 자랄 수 있는 비가 필요해요. 부드러운 소나기를 보내 주세요." 그러자 주님은 부드러운 소나기를 보내 주었어요. 수도사는 또 기도했지요. "주님, 나무에겐 태양이 필요해요. 태양을 비춰 주세요. 주님, 간구합니다!" 그러자 방울진 구름 사이로 햇빛이 미끄러지듯 내리비쳤지요. "나의 주님, 이제는 서리를 내려 주세요. 세포를 지탱하려면 서리가 필요해요."라고 수도사는 또 외쳤지요. 그런데 이런! 어린 나무는 서리를 맞고 반짝이며 서 있다가, 저녁이 되자 그만 죽고 말았어요. 이 수도사는 다른 수도사의 방을 찾아가 그 이상한 경험을 말해 주었어요. 그러자 "나도 작은 나무를 심었었지."라고 다른 수도사가 말했어요. 그리고 “보게나, 그 나무는 이렇게 잘 자라고 있다네. 나는 나무를 하느님께 맡겼어. 하느님은 이걸 창조하신 분이시니 나 같은 인간보다 필요를 더 잘 아시니까 말일세. 어떤 조건도 걸지 않았어. 방법도 수단도 정하지 않았지. 나는 '주님, 이 나무에게 필요한 것을 보내 주세요. 햇살이건, 바람이건, 비이건, 서리이건, 주님이 창조하셨으니 주님이 아십니다.’라고 기도했다네." -<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에서 ♣ 위의 글은 딜로우란 분의 '만족'이란 책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어른들이 말하는 '내 팔자야.' 하는 식으로 무조건 주어진 대로 지내야 한다는 건 아니고 하느님과의 대화, 기도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는 아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하느님께 바라는 게 너무 많은데, 어쩌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는 모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위의 두 수도사 중에서, 첫 번째 새내기 수도사의 기도의 태도와 자세는 ‘소원(wish)과 소망(hope)’의 비유 중 소원의 기도였습니다. 두 번째 고참 수도사의 행위와 기도는 소망의 기도로 하느님의 뜻에 내어 맡기는 위탁의 기도입니다. ---------------------------- 오늘도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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