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기다림의 훈련, 서로 함께하며 기다릴 공간과 가치를 확인함

이산저산구름 2008. 12. 23. 11:05

기다림의 훈련, 서로 함께하며 기다릴 공간과 가치를 확인함

함께 기다리는 것은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신적인 것이다.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절 가운데 하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루카 1,39-40)
마리아가 약속의 말씀을 받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녀는 엘리사벳에게로 갔다. 
마리아에게뿐 아니라 엘리사벳에게도 어떤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견디어 낼 수 있었을까?
이 두 여인의 만남은 아주 감동적이다.
엘리사벳과 마리아는 함께 살면서 서로 기다릴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마리아가 방문하였을 때 그 아기가 태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던 것이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기다림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자 그 때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 45)
이라고 말했고, 마리아는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루카 1,46)라고 화답했다.
그녀는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이 두 여인은 서로 함께함으로써
서로에게 기다릴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헨리 나웬 <영성에의 길>에서

♣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교 가정과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델을 보게 됩니다.
가정과 공동체란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된 일을
소리 높여 지지하고, 축하하고, 확인해 주는 곳입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은, 우리 가운데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확인해 주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 함께하는 것, 약속을 근거로 모이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알려 주는,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도가 의미하는 바입니다.
기도란 약속 주변으로 함께 모이는 것입니다.
축하가 의미하는 바도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그 곳에 있는 것을 소리 높여 기뻐하는 것입니다.

성찬식이 의미하는 바도 이것입니다.
그것은 심긴 씨앗에 대해 "감사해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는 주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오신 그분을!"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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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