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도에서 만나는 옛것에 관한 여정 - 화순, 나주 | ||||||||
천불천탑에 얽힌 전설들 - 운주사
과연 이곳엔 정말 천불천탑이 있었을까? 그렇다면 무슨 연유로 이 자그마한 산자락에 그 많은 유물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운주사 천불천탑에는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설화들이 남아 있다. 신라 때의 고승 운주화상이 돌을 날라다 주는 신령스러운 거북이의 도움으로 이곳에 천불천탑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와 중국 설화에 나오는 마고 할미가 지었다는 설화 등이다.
그러나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것은 도선국사와 관련된 이야기다. 도선은 풍수 비보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지형을 배의 형상으로 보고, 배가 안정되려면 배의 중심에 무게가 실려야 하므로 그 중심에 해당하는 이곳 화순 땅에 천불천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 유물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대체로 12~13세기 양식을 갖추고 있다. 도선국사는 이보다 훨씬 전인 9세기에 살았던 인물이니 연대가 맞지 않는 것이다. 도선국사의 풍수설은 그저 민간신앙과 이어져 내려오던 설화였을 것이다. 이곳에서 또 한 가지 유명한 것은 누워있는 불상, 즉 와불이다.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 왼쪽 산 중턱에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와불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세우려다 못 세워 그대로 누워있는 것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부처가 누워있는 것에 의미를 두었는데 와불이 스스로 일어서는 날 세상이 개벽한다는 설화를 이야기한다. 운주사 주변은 전체가 사적 제312호로 지정돼 있으며 입구 쪽에 있는 구층석탑과 중심부의 석불감 쌍배불좌상, 원형다층석탑이 각각 보물 제796, 797, 798호로 지정돼 있다. 해맑은 민불과 퉁방울 남도 장승 「동국여지승람」화순 편에는 “풍속이 소박하고 간략하니 종래부터 후했고, 산이 순수한 정기를 감췄으니 발설하기 더디네” 라고 적혀 있다. 화순 땅은 예전부터 이처럼 소박한 백성의 땅이었다. 화순을 돌아다니다 보면 민초들의 심성이 깃든 돌장승이나 민불 등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나주 땅에 속하지만 운주사의 지척에 있는 운흥사터와 불회사에는 정감 넘치는 남도 돌장승들이 남아 있다. 남도장승 특유의 퉁방울눈과 주먹코, 갖가지 재미난 입 모양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영락없는 우리 이웃의 모습이며 선조의 모습일 게다. 불회사 석장승과 운흥사터 석장승은 각각 중요민속자료 11호와 12호다. 한편 운주사 쪽에서 화순시내로 들어서기 직전, 철길 건너 우측으로 보면 들녘 한가운데 큰 나무가 서 있는데 그 아래 다소곳이 자리한 민불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벽나리 민불로도 불리는 대리석불이다. 민불은 불교와 민간신앙이 결합한 마을 공동체 신앙의 산물이다. 백성에게는 딱딱한 유교나 불교 같은 기성종교보다 더 편안하게 자신의 마음을 의지할 신앙물이 필요했던 것인데, 그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민불이고 장승이며 당산이다. 키가 4m나 되지만 정면에서 보는 민불의 표정은 해맑은 어린아이의 표정처럼 순박해 보인다. 동그란 맨머리에 가는 반달눈, 수줍은 듯한 미소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웅장한 목조 대웅전과 아름다운 철감선사 부도 쌍봉사는 신라 경문왕 때 철감선사 도윤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한갓진 산자락 어귀에 있는 고즈넉한 사찰로 지금은 대웅전과 명부전, 극락전과 새로이 지은 요사채 등이 남아있지만 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제법 많은 전각이 있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큰불이 났다는 기록도 있어 원래는 규모가 큰 사찰이었을 것으로도 추측된다. 쌍봉사에 들어서면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특이한 양식의 목조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쌍봉사 대웅전이다. 3층 목탑양식의 보기 드문 건물로 한때 보물 163호로 지정돼 있었지만 1984년 불이나 몽땅 타버리고 지금 건물은 1986년 말 다시 복원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목조탑 형식의 건물은 매우 드문 것인데 속리산의 법주사 팔상전을 예로 들 수 있다. 어쨌거나 새로이 지어진 대웅전은 본래의 모습 그대로 재현됐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는 멋스런 향취는 덜 하더라도 우리나라 목조탑 건물의 양식을 이어받아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다행이다. 쌍봉사에 들르면 꼭 보아야할 유물이 있다. 국보 제57호로 지정된 쌍봉사 철감선사 부도이다. 철감선사부도는 통일신라시대뿐 아니라 우리나라 부도를 통틀어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부도다. 통일신라시대의 양식으로 만들어진 팔각원당형 부도로 목조건축식 구조와 정교하고 세밀한 조각들이 볼만하다. 영산강 유역 사람살이의 역사 - 반남 고분군
신촌리 6호분이나 덕산리 2호분은 앞이 네모지고 뒤가 둥근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는 고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무덤형식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또 덕산리 3호분과 대안리 9호분 둘레에는 도랑이 파여 있는데 이것도 역시 일본의 고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글·사진_ 남정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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