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의 숨결] 동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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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바로 하늘이니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 내 여러분을 보니 스스로 잘난체 하는 자가 많으니 한심한 일이요, 도(道)에서 이탈되는 사람도 이래서 생기니 슬픈 일이로다. 나 또한 이런 마음이 생길 수 있으나, 감히 내지 않는 것은 한울님을 내 마음에 기르지 못할까 두려워 함이로다.
교만하고 사치한 마음을 길러 끝내 무엇을 하리오. 내가 본 사람은 많으나 배움을 좋아하는 이는 아직 보지 못했노라. 겉으로 꾸며대는 사람은 도에 멀고 진실한 사람만이 도에 가까우니, 사람을 대하여 거리낌이 없는 자라야 가히 도에 가깝다 이르리라.
-해월 최시형(1827~98)의 ‘대인접물’(待人接物, ‘천도교경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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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 출신인 수운 최제우와 달리 해월 최시형은 근본을 모르는 무식꾼이었다. 그의 어렸을 때 이력은 제지소에서 일한 게 전부. 자연히 해월의 생각은 소박한 민중의 눈높이에서 출발한다. 단적인 사례가 ‘물타아(勿打兒) 사상’. “어린 아이들을 때리지 마라. 어린 아이가 곧 한울님이니 한울님이 맞아 그 기가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그런 해월이 수운을 만나 대사상가로 변신한다. 동학의 인내천 사상, 근대 한국의 인간관을 거슬러 올라가면 해월과 만난게 된다. 홍익인간을 비롯해 전통시대의 인간관은 천(天)-지(地)-인(人)의 수직 구도였다. 그러나 해월은 이를 천=지=인의 수평구도로 바꿔놓는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是天). 사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그러나 우리는 해월도, 수운도 모른다. 그들을 잉태한 동학은 더 모른다. 진보적이고 위대한 사상은 멀리 바다 건너에만 있는게 아니다. 〈조운찬/경향신문 문화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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