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중년의 미학을 위하여!

이산저산구름 2006. 12. 1. 09:18
이 땅의 중년들을 위하여



어느날 문득 거울을 보니 나는 없고 낯선 사내 하나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국군아저씨께 위문편지 쓰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중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서서이 늙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늙습니다. 자식 뒷바라지는 다 끝나지 않았고, 늙은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삶의 현장에서는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합니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 우리는 중년에 편입됩니다. 물론 본인은 동의를 안할 수도 있습니다. 영원한 청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는 모두에게 세월 앞에 굴복할 것을 강요합니다. 이렇듯 중년은 위기의 시간이며 일생 중 가장 고단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잃는 만큼 얻는 것도 있습니다. 중년이 되면 육체는 쇠퇴하지만 인생의 본질을 발견하는 재능이 솟아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정신적 개안(開眼)인 셈이지요. 힘은 쇠퇴하지만 대신 덕(德)이 생겨난답니다. 덕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쌓이는 것입니다. 중년이 되면 젊은 날의 만용조차 둥글둥글해지고 인간을 보는 눈은 따스해집니다.

이러한 덕목을 갖추려면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삶의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잉여(剩餘)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노력 없이는 시간을 차지할 수 없습니다. 연말입니다. 이 땅의 중년들은 누구보다 생각이 많을 것입니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보듬어 보시기 바랍니다.

〈김택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