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지나가는 일

이산저산구름 2018. 8. 30. 08:26

 

 

 

지나가는 일 

 

 

오지 않을 것 같던 날이 오고

가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갑니다

 

그러하자는 약속이 미리 있던 듯

자고 나면 다, 지나갑니다

 

행복도 옛날의 사람처럼 잠시 머물다

때 되면 가도록 놓아줄 일,

 

놓아주며 지그시 견딜 일입니다

그런데 그걸 못 견뎌

 

산비탈의 바람처럼 몸부림치던 날

수두룩이 많았습니다

 

나는 한참 멀었습니다

생긴 마음이 이 모양이니

 

어느 날 불행 하나 닥쳐오면

그 요란이 또 오죽하겠습니까

 

저녁바람이 지나가는 쪽으로

가지 사이 잎사귀를 터주며

 

어둠에 젖고 있는

오래된 나무를 바라보는 하루가

 

다 지난 일 되어

저물고 있습니다

 

- 오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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