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마음속 창에 빗방울이 되어 주고 싶어졌다

이산저산구름 2018. 7. 27. 10:11
마음속 창에 빗방울이 되어 주고 싶어졌다
 
초등학교 1학년 손녀가 학교에서 오더니 늘 하듯이 알림장과 통신문들을 건네주더니 후다닥 간식을 먹고는 다른 날과 달리 종알거린다. 물어보니 동시 외우기 대회가 있어서 여기 있는 시 여섯 가지를 전부 외워야 한다며 종이를 흔들어 보인다. 그렇게 몇 번을 하더니 다 외웠다며 할머니 앞에서 예쁘게 외워 보인다.
 
감자 꽃//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내 가슴엔// 친구야/ 내 가슴엔/ 보고 싶은 얼굴이/ 가득 채워져 있단다/ 친구야/ 내 가슴엔/ 다정한 눈동자가/ 가득 담겨져 있단다/ 친구야/ 내 가슴엔/ 정다운 목소리가/ 가득 고여져 있단다
 
권태웅 시인의 ‘감자 꽃’이란 시는 아주 쉬워서 금방 외웠고 ‘내 가슴엔’이라는 시는 내가 좋아하는 시 같다며 근데 이 시는 이름이 없다며 갸우뚱했다. 요즘엔 저렇게 시를 외우면서 시의 세계를 저절로 알게 해주나 보다는 생각을 하며 예전 초등학교 다니면서 전교생 앞에서 시 낭독하던 일이 떠올라 웃어가며 설거지를 했다. 그 뒤로 손녀는 매일 한 번씩을 내 앞에서 여섯 개의 시를 외우면서 흐뭇해했다.
 
그 종이를 보면서 읽어 보니 옛날이 내 앞에 다가와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시를 쓰고 동요를 부르며 그 기분에 사로잡혀 행복했던 그 시간이 그립고 ‘내 가슴엔’이란 시처럼 다정한 눈동자들이, 또 보고 싶은 얼굴들이, 정다운 목소리들이 하나하나 자꾸만 생각나며 그리워져 눈시울도 화끈, 전화하고픈 마음이 생기며 몹시 그리워졌다...    [더보기]
 

<시니어리포터 육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