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전통 난방법, 온돌
데운 돌이란 뜻의 온돌은 한국 고유의 정서가 깃든 과학적인 상징물이다. 온돌은 열의 손실을 절약하고, 난방과 취사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아궁이에 불을 때면 열이 바닥 돌을 덥힌다. 바닥 열이 방 전체에 복사열을 전달하고, 그 후 공기 대류 현상을 통해 실내 공기가 훈훈해진다. 이는 열의 전도, 복사, 대류를 활용한 과학적 방법이다.
선사시대부터 사용되었다고 여겨지는 온돌은 4세기경 황해도 안악3호분 고분 벽화에도 등장한다. 삼국시대 중국 서적 구당서(舊唐書)의 『고구려전』에 “겨울철에는 모두 긴 방고래를 만들어 밑에 불을 때어 따뜻하게 한다”는 글로 파악했을 때 우리 민족이 온돌을 난방 도구로 계속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온돌이 가옥에 쓰인 것은 고려시대며,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것은 조선시대부터라고 전해진다.
역사를 이어온 온돌 중 가장 그 효능이 뛰어났다고 전해지는 것은 지리산 반야봉 칠불암의 아자방이다. 한 번 불을 지피면 온기가 49일 유지되었다고 하지만 그 사실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전쟁 때 파괴되어 다시 복원한 아자방은 현재 한 번 불을 지피면 봄·가을 약 7일간 온기가 지속된다고 한다.
온돌로 사용된 돌도 특별했다. 초창기에는 시냇가나 근처에 있는 돌을 주워 활용했다. 점차 열이 잘 통하는 돌을 찾기 시작하면서 화강암, 안산암, 화성암, 변성암류를 사용했다. 그중에서 단열 효과가 있으며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운모 성분이 포함된 암석을 사용해 난방의 효율을 높였다. 왕실이나 일부 사대부는 더 나아가 흑운모로 구들장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흑운모는 고품질 온돌 재료로서 성능이 뛰어난 암석이다. 흑운모로 방을 데우면 원적외선이 방출돼 각종 질병의 통증을 없애주는 데 제격이었다고 한다. 온돌 문화가 그 옛날 왕실의 건강을 지키고 민초들의 삶을 따뜻하게 데운 것이다.
과거에서 현대로, 그리고 세계로
우리나라의 현대식 주거 공간에도 선조의 지혜가 깃든 전통 난방 온돌을 적용한다. 바닥을 덥혀 실내 온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온돌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난방법으로도 인정받는다.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한국인의 방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난방 방식이다. 이것은 태양열을 이용한 복사 난방보다도 훌륭하다. 발을 따스하게 해 주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난방이다”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영국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온돌(Ondol)’이라는 단어가 실려 있을 정도다.
온돌은 ‘복사냉난방’이란 이름으로 해외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다. 독일 국회의사당 건물 바닥은 물론 친환경 주택을 지을 때도 바닥 난방으로 온돌을 채택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쾌적감을 제공하는 고급 난방법으로 인식되어 점점 설치하는 공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박물관에서도 온돌 기술을 적용했으며, 프랑스 국립과학기술연구소는 에너지 절약의 목적으로 온돌을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도심에는 온돌이 깔린 아파트 대단지가 설립되기도 했다.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에서도 온돌 시공을 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상류사회의 상징이 된 온돌은 공기도 건조하지 않으며 포근해진다는 장점으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네 삶의 뿌리가 되어 추위로 꽁꽁 언 몸을 녹여주었던 온돌. 전통 난방법인 온돌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온기를 전하고 있다.
글‧차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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