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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경북북부지역 시민연대 - 사랑방 안동 69호

이산저산구름 2018. 5. 29. 12:48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경북북부지역 시민연대

                                              (글/이향미)


사상과 양심을 억압하는 국가보안법 존립은

우리 스스로의 부끄러움입니다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던 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은 모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일로, 통일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화제가 됐던 사건이었다. 정상회담의 성과는 한미행정협정(SOFA)개정, 휴전선에 가로막힌 경의선 복구, 815이산가족 방문단 명단 발표 등 굵직한 소식들을 안아오기도 했다.
이제야 통일의 길을 막는 장애물이 하나하나 걷히는가 싶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그것은 여전히 남북문제를 옭아매고 있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남과 북의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남북간 화해 분위기 속에서 국가보안법은 네티즌 여론조사에 의하면 94%가 개폐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남북 정상이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은 모습은 더 이상 그 누구도 국보법으로 처벌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은 미적미적하기만 하다.


국보법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이런 시점에서 지난 7월 22일, 전국적으로 232개 시민·재야 단체가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을 벌이기 위해 국보법폐지 범국민연대회의와 국보법 반대 국민연대를 통합해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라는 단일 연대 조직을 결성했다.


이에 앞서 작년 12월 9일 안동을 중심으로 결성한 20여개의 재야 시민단체 연대 조직인 국보법 철폐를 위한 경북북부지역 시민연대(이하 국보법 시민연대)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7-8월에는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안동지역에도 국보법과 연관된 사건들이 벌어졌고, 국보법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선 국보법 시민연대의 최근 행보 두가지를 우선 소개할까 한다.


국보법 시민연대의 가장 최근 행보는 안동교도소 앞 집회이다. 이 집회는 지난 8월 7일, 한낮의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풍산읍 안동교도소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조건없는 양심수 전원석방! 교도소내 비민주적 교정행위 철폐!를 외치는 집회였다. 현재 안동교도소에는 한총련 5기 임시의장 정명기씨를 비롯한 이른바 공안사범들이 수감중이다. 이날 국보법 시민연대와 함께 8월 15일 범민족대회 참석하기 위해 통일선봉대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학생 150여명이 국보법 철폐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7월 초, 지역 국회의원인 권오을 의원(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청와대가 언제부터 친북세력이었느냐"는 내용의 발언으로 인해 남북정상회담이후 맞은 남북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권오을 의원(한나라당)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권오을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한 자신의 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7월 13일자 국회속기록(삭제된 파문을 일으킨 권오을 의원 국회발언요지)와 7월 10일자 조선중앙통신론평을 함께 담은 A4 1장 분량의 내용을 지역시민단체에 팩스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보법 철폐 시민연대는 지난 13일 권의원의 친북발언 파문이 일고 난 후 이 팩스를 도저히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 지난 18일 사전 모임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성명서는 권의원의 발언이 마치 안동지역민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비춰지는 데 유감을 표하고, "남북화해와 통일의 가능성이 막 싹튼 이때 일부 언론과 정당에서 민족적 관점이 아닌 정파적 이해에 집착하고 있다"고 꼬집고 권오을 의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위 두 사건처럼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색깔론을 불러일으키고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서도 양심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바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주변에서도 여전히 반공이데올로기는 팽배해 있다.


국가보안법 존립 근거 없다

'경북북부지역국보법철폐 시민연대'의 성명서 내용처럼,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레드컴플렉스를 하루아침에 지우기는 힘들 것이다. 제도교육과 보수적인 한국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었기 때문이다. 권의원 발언에 대한 성명서 발표가 있고 난 후, 국보법 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헌택(천주교 안동교구정의평화위원회 총무, 경덕중 교사)씨를 만나 국보법 시민연대에 대해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금까지도 국가보안법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스스로를 부끄럽게 합니다. 이 부끄러움은 아직도 국가보안법을 철폐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이며 반성입니다"라며 말문을 튼 후, "국가보안법이 생긴지 올해로 벌써 52년째입니다."라며 김헌택씨는 국보법의 폐해를 설명했다.


일제시대 치안유지법을 근간으로 1948년 12월 1일, 대한민국 법률 제10호로 탄생한 국보법은 그해 10월 여수, 순천지역에서 발생한 봉기(이른바 여순반란사건)을 계기로 남로당 및 좌익세력을 처벌하기 위해 입법된 전시(戰時)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극우세력만으로 정권을 세운 이승만 정권에게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보법 제정이 시급했던 것이다. 그 이후 군사정권은 물론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지금까지도 양심수들이 국보법으로 구속되어 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역시 국보법 철폐를 주장하다 사형선고를 받은 적이 있었으면서 완전한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보법을 개정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정권유지수단으로 유용하기 때문입니다."라며 정부가 국보법 철폐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고 나서 무수하게 양산한 고문조작사건과 정권반대세력 탄압사례가 가능했던 것은 국가보안법 전문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찬양고무죄, 불고지죄 등의 애매한 법조항 때문입니다. 그리고 헌법에서 모든 국민에게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은 원리상으로도 성립할 수 없는 법이며, 굳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일반 형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벌 할 수 있기 때문에 존립근거가 없습니다."라며 국보법 철폐이유를 밝혔다. 이는 흔히 국보법을 일컫기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고무줄법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이다.


국보법이 철폐되는 그날까지

현재 국보법 시민연대는 지역 종교단체를 비롯한 26개 시민단체와 뜻을 같이하는 학생 및 시민들로 구성돼 있다. 국보법 시민연대는 작년 12월 9일 정식 결성됐는데, 작년 9월 21일 천주교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 제단 신부 8명의 삭발 단식 기도를 시작으로 경북북부지역에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이 확산되었다. 그리고 10월 14일 안동지역 시민, 사회단체는 시민연대 준비모임을 마련, 결성식을 갖은 12월 9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차병직 변호사의 국가보안법의 역사적 폐해와 폐지전망에 대한 강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새천년 들어서는 국보법 철폐의 당위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지역신문 광고를 꾸준히 내고 있고, 지난 4.13총선에는 국가보안법 개정을 반대하는 경북북부지역 5명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총선 낙선운동을 벌였으며 얼마전 안동대학교 총여학생회장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자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 적십자가 전해온 8.15이산가족 방문단 명단 200명 중 안동지역 출신이 5명이 포함돼 있었다. 그중 직계가족이나 형제가 안동에 주소를 두고있는 사람은 김창기(58, 송천동), 김필화(67, 옥야동), 이끝남(73, 동부동)씨 등 3명으로 확인됐다. 언론에서 소개된 그들의 한 맺힌 사연들을 접하고 통일은 멀리도 아닌 안동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철마가 다시 달리고 분단의 상징물이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이 때, 안동역 교차로에 여전히 두팔 벌리고 서 있는 승공탑은 국가보안법이 한반도에 건재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안동>

통권 69호 - NGO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