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안동 문화

생활 속 친숙한 '도자기' 어떤 물음표를 담아 왔을까?

이산저산구름 2017. 3. 22. 08:07



01., 신석기시대, 서울 강동구 암사동 주거지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Q. 도자기를 구울 때 온도는 왜 다르게 하는 건지요?
도자기를 굽는 소성 온도는 주재료인 흙과 유약에 따라 달리해야 합니다. 즉, 도기·청자·백자 등 종류별로 소성 온도가 다른 셈이죠.
도기에 사용하는 도토는 1200℃ 이상이 되면 모양이 무너지거나 변형되고 심지어 녹기까지 하므로 1200℃ 미만의 온도로 굽습니다. 도기 중 비교적 무른 연질도기는 500~1000℃로 구운 것으로, 표면색은 적갈색으로 나타나며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나 청동기시대의 민무늬토기가 이에 속합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단단한 경질도기는 1000~1200℃ 미만의 다소 높은 온도에서 구워냅니다. 경질도기는 몸체가 단단하며 표면색은 윤기 있는 회청색으로 쇠붙이 같은 금속성 소리가 납니다. 가야나 통일신라시대의 유기질 도기를 보면 수준 높은 경질도기 제작 형태를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청자·백자 등 자기에 쓰이는 자토는 1200~1400℃ 정도의 고온에서도 형태가 변형되지 않는 흙입니다. 자기로서의 특성은 자토 속의 유리질 성분이 녹아야 형성되는데, 유리질이 녹기 시작하는 가마의 온도는 최소한 1200℃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 정도의 온도에서 유약도 유리질화가 촉진되어 강도와 발색을 높이는 것이죠.
예를 들어 청자는 850℃ 정도의 온도에서 초벌구이하고, 유약이 녹는 1200~1280℃의 온도에서 재벌구이합니다. 완성도가 높은 비색청자를 생산하던 강진, 부안 지역의 재벌 소성온도는 1250~1300℃로 일반적인 청자 소성 온도보다 높은 편 입니다. 따라서 좋은 도자기일수록 높은 온도에서 소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자기 중 가장 나중에 제작되었던 백자의 재벌구이 소성온도는 1300℃ 이상입니다. 소성 온도가 높으면 잘 깨지지 않는 강도와 뛰어난 발색을 지니지만, 기형이 허물어지거나 녹는 경우가 많아 제작에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조선 후기의 청화백자는 높은 소성 온도로 구워내어 가장 진화된 도자기라 할 수 있습니다.
Q. 도자기마다 빛깔이 다른데, 색을 넣을 때 쓰이는 안료와 그 재료는 무엇인가요?
도자기의 색은 흙과 유약, 소성하는 불이 환원(가마에 산소를 없애려 밀폐하고 굽는 것)인지 산화(가마를 밀폐하지 않고 굽는 것)인지에 따른 복합적 결과입니다.
청자의 경우 흙과 유약에 포함된 철분이 많으면 어두운 녹색을 띠고, 적으면 연두색이 됩니다. 분석에 따르면 약 3% 정도의 철분이 유약에 포함될 경우 좋은 청자의 색깔이 나온다고 하네요. 철분이 10%가 넘으면 검은색을 띠는 흑유가 됩니다. 백자는 보통 투명유약으로 환원 소성하는데, 흰색에 푸른 기가 살짝 돕니다. 이에 반해 같은 유약이라도 산화로 굽게 되면 상아색에 가깝지요.
우리나라의 청자나 백자는 투명유약을 주로 사용하였고, 도자기에 특별히 색을 넣어 굽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다만 무늬에 색을 넣어 다양성을 추구하였지요. 쇳가루를 넣어 검은색으로 발색한 철화 분청자나 백자를 비롯하여, 구리 가루를 넣어 붉은색으로 발색한 동화 백자, 코발트(광석)를 넣어 푸른색으로 발색한 청화 백자가 그 예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흙, 불의 온도, 소성 방법에 따라 도자기나 무늬의 색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유색 도자기가 많이 제작되는데, 유약에 색깔을 넣어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유약의 안료는 각종 식물의 재와 광물 등의 자연 안료를 섞어 만듭니다. 혹, 일반 물감 같은 화학 안료를 사용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화학제는 높은 온도에서 견디지 못하고 타버리므로 도자기에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Q. 도자기가 제작된 연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요?
보통 종이, 천, 퇴적물, 목재, 뼈 등 탄소를 포함하는 유물들은 탄소 연대 측정법을 이용해 제작 시기를 추정합니다. 그러나 도자기는 주재료인 흙이 무생물이고 높은 온도로 소성되어 탄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혹, 탄소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동위원소 간의 비율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워 탄소 연대 측정법을 통해 도자기 제작 연도를 추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물론 시료의 무게를 분석해서 측정한다든지, 열형광분석법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측정법이 근래에 제시되고 있지만, 매우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하고 가격도 천문학적으로 비싸 국내에서는 실용화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도자기의 연도 측정은 이러한 과학적 방법보다는 다양한 고증을 통한 인문학적 추정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종 문헌 자료, 도요지, 도자기에 그리거나 새긴 글자, 기형, 굽, 안료, 유약, 흙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연대를 추정합니다.


Q. 도자기는 모양이 여러 가지인데, 모양에 따라 무슨 용도로 사용되었나요?
사극에도 자주 등장하는 호롱박 모양의 도자기는 주로 물이나 술을 담아 마시는 데 사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무늬가 있는 병, 특히 용 문양이 있는 병은 왕실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실제 사용하기보다는 감상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매병의 용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으나, 입구가 천을 덮고 실로 동여매기 쉬운 구조로 되어있고, 한 쌍으로 뚜껑이 있는 경우 등으로 미루어 술이나 다양한 음용 액체를 저장할 때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매병이라는 명칭은 송대(宋代) 문헌에 처음 등장하고, “매화 가지를 꽂기에 적합하다”하여‘매병(梅甁)’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전합니다.
몸체가 편평하고 납작한 편병은 휴대용 술병이나 물병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기를 성형한 다음 마르기 전에 몸체의 앞뒤를 눌러 납작하게 만든 것이죠. 누른 정도에 따라 둥글거나, 네모지거나, 길쭉하거나 모양이 다양한데 이런 납작한 모양이 휴대하기 간편해 제작됐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조선시대의 분청자나 백자에서 편병이 많이 발견됩니다.
글‧송미숙(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