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풀꽃의 노래 - 이해인

이산저산구름 2017. 3. 27. 09:37

 

풀꽃의 노래 

           이해인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냐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 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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