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책임 질 줄 아는 삶

이산저산구름 2017. 5. 29. 08:37

 

 

 

책임 질 줄 아는 삶

아들아, 너는 만년필을 아느냐.

만년필 잉크 냄새를 맡으며

코를 벌름거려 보았느냐.

 

내가 지금의 너 만한 아이였을 적에

나에게는 만년필이 없었다.

돈이 없어 그걸 사지 못한 게 아니다.

나는 너무 어려서 만년필을

사용할 자격이 없었던 거다.

 

어린 것들은 연필로 글씨를

써야 한다는 게 어른들의 생각이었다.

연필은 글씨를 썼다가도

마음대로 지울 수가 있는 필기도구다.

 

하지만 만년필 글씨는

한 번 쓰면 더 이상 고칠 수 없다.

 

고쳐 쓸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소리다.

 

글씨도 삶도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거다.

 

책임을 지지 못하면 만년필을

쓰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 안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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