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힘: 인도(人道)로는 사람만 다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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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는데, 한 영국인 노신사가 저보다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워낙 좁은 길이라 저는 비켜 가지도 못하고 자전거를 탄 채 비틀거리며 그 노신사 뒤를 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국에선 보통 뒤에 누가 오는 소리가 나면 앞서 가던 사람이 먼저 가라며 길을 터줍니다. 하지만 그 노신사는 끝까지 길을 안 비켜주더군요. 그렇게 한 5분을 갔는데, 그 노신사가 드디어 다른 길로 방향을 바꾸는가 싶더니 갑자기 뒤로 돌아선 채 저를 쏘아보며, "이 길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다. 자전거는 차도로 다녀라"고 꾸짖으시더군요. 아차 싶었습니다. 밥 먹을 때 나도 모르게 소리 내며 먹다가 어른한테 한 소리 들은 기분이었습니다. 지켜야 할 걸 안 지켰다는 사실에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자전거는 양발로 페달을 밟아 바퀴를 돌려 앞으로 나가게 만든 수렙니다. 한문으로는 自轉車(자전차)라고 씁니다. 자동차, 기차, 전동차와 같은 교통 기관의 하나지요. 제가 사람만 다녀야 하는 길, 즉 인도(人道)에서 몰지각하게 자전차를 버젓이 탔고, 한심스럽게도 앞서 가던 사람이 길을 안 비켜준다고 투덜댔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때 이후에도 영국인들이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걸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영국인들은 자전거를 타면 차도로 다닙니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자전거가 다녀야 할 길로 다니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이들은 사람이 다니는 길과 차가 다니는 길을 나누고, 그 목적에 맞게 구분해서 다닙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저는 그들이 그 당연한 것을 지키는 게 왜 그리 대단하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그 당연한 걸 지키는 게 그만큼 어려워서 일수도 있습니다. 후진국으로 갈수록 길의 구분 없이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심지어 소가 끄는 수레까지 한데 어우러져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도(人道)와 차도(車道)가 구분되어 있지만, 사람만 다녀야 하는 길로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다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이란 경제뿐 아니라 문화도 앞선 나라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문화가 반드시 정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사진설명: 이 글 맨 위에 있는 사진은 필자가 2009년 8월 16일 일요일 오전, 영국 옥스퍼드에서 직접 찍은 시내 모습입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제일 우측을 자세히 보면 자전거를 탄 사람이 차도를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아무리 차도가 텅 비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인도로만 다니는 모습도 보입니다. 6 July 2014 정채관 박사(영어교육·응용언어) ckjung@kice.re.kr First written: 5 August 2010 Last written: 6 July 20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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