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안동 문화

특별한 결혼을 꿈꾸시나요?

이산저산구름 2014. 4. 22. 10:30

 

결혼의 변화, 결혼식의 변화

동서양을 불문하고 결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평생을 의지하며 살아갈 반려자를 맞이하는 결혼은 개인의 성취적 삶을 전개해 나아가는 정점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혼례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기러기, 솔가지, 표주박, 삼서(三誓)정신, 혼서지(婚書紙), 사돈지(査頓紙) 등은 상징적 의미를 포용하고 있기에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표현을 감히 쓰지 못했다.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결혼 문화는 소비와 경제적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또한 서양식 결혼문화의 도입과정에서 우리의 고유하고 숭고한 의미는 퇴색되고 오히려 전통과 서양 결혼식이 혼합되면서 절차와 형식에서 간소화되고 획일화되었다.

한국 결혼문화는 개화기를 전후로 시대적 특징이 반영되었다. 집안과 부모의 관여도가 높은 전통 결혼식에는 절차와 형식을 중시하며 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상징성을 귀하게 여겼다. 당사자 간 의사결정이 생략된 과거의 결혼식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였을 것이다. 그래서 집안 어른들을 모시고 성대하게 잔치를 열어 인정받음에 대접을 하였던 것이다. 즉 결혼식이 개인사이기 이전에 공적영역으로써의 역할이 컸던 것이다.

개화기 이후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결혼문화는 종교적 관여도가 높아지게 된다. 당시의 서양 결혼식은 한복에 면사포를 쓴 의식구조의 혼용에서 볼 수 있듯이 과도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예배당 결혼식이 서양 결혼식 형태의 대표성을 지니며 근대 결혼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순백의 드레스와 면사포, 턱시도를 입는 서양 결혼식은 젊은이들에게 결혼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01. 1970년 성당에서의 결혼식 모습. 예배당 결혼식이 서양 결혼식의 대표성을 지니며 근대 결혼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김희자
02. 2012년 11월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우리 힘으로 하는 작은 혼례’에서 신부와 신랑이 맞절을 하고 있다. (사)청년여성문화원에서 주최한 이 결혼식은 허례허식과 과소비를 없애 내 힘으로 시작하는 작은 혼례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연합콘텐츠

예배당 결혼식의 등장은 신부집 마당에서 행해졌던 전통적 결혼방식이 변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결혼식의 장소 변화는 산업구조와 사회상을 반영하는 매개체로 당시 결혼문화를 해석할 수 있는 단적인 예가 되곤 하는데, 이는 외형적 공간 이동이 결국 본질적 의미의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전문 예식장의 등장은 산업화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결혼식 절차와 형식의 변형을 요구한다.

지금과 같이 예식이 끝나자마자 예식장 내 폐백실에서 시어른들께 폐백을 드리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관례는 이즈음에 시작된 것이다. 상업적인 전문 예식장에서는 결혼식 후 신랑·신부 집에서 폐백을 드리고 잔치를 열던 풍습을 예식장 안으로 끌어들여 결혼식을 문화산업으로 이끌었다.

이와 같이 가족 중심적 결혼 문화가 산업화의 영향으로 사회에서 전담하면서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드레스, 사진, 허니문여행 등 결혼 관련 산업은 확산되어 발달하였다.

 

현대 결혼식의 명과 암

결혼이 산업화에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화려하거나 혹은 특별한 결혼식에 대한 로망 또한 커져갔다. 누구나 한 번 쯤 꿈꿔온 나만의 결혼식이 평범한 결혼식과 대조를 이루며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예식에 색을 입힌 컬러 결혼식, 음악을 입힌 공연 결혼식, 영화와 같은 결혼식 등 결혼식의 분위기에 맞춰 콘셉트(concept)를 가진 형태의 결혼식이 있는가 하면, 자전거 결혼식, 스카이다이빙 결혼식, 스킨스쿠버 결혼식, 스키 결혼식, 런닝머신 결혼식 등 직장이나 동호회를 통해 만난 커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형태의 결혼식도 생겨났다.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허례허식이라는 말은 알맹이 없는 쭉정이 의식일 때 분이는 말이다.  내게 그리고 나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메시지와 울림을 전할 수 없는 형식이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 형식과 절차에 자신들의 에너지 불어넣으라고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일생에 한번 하는 결혼이니까.

호텔이나 예식장 등 틀에 박힌 장소에서의 결혼식이 아닌 야외공원이나 종교기관, 공연장은 물론 아주 특별함을 추구하는 커플들은 펜션, 갤러리, 지하철, 선상, 해변, 과수원, 고궁, 학교운동장, 레스토랑, 체육관 등 예식을 진행할 수 있는 약간의 공간만 주어진다면 그곳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이들 공간은 커플들이 처음 만난 장소일 수도 있고 의미 있는 추억의 장소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각양각색의 결혼풍속은 신조어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젊은이들 속에 녹아들고 있다. 결혼식의 식순도 신랑신부의 의지가 강하게 어필된다. 주례 없는 결혼식을 가 본 적이 있다. 주례는 양가의 아버지가 대신한다. 양가의 아버지들은 한 분 씩 나와서 결혼하는 아들과 딸에게 그 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과묵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마음속을 비우듯 쏟아내는 한마디 한마디에 가족들은 물론 참석했던 하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때로는 차마 말로 할 수 없었던 섭섭했던 표현을 글을 통해 전달하면서 듣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결혼식 장면이었다.

한편, 부모를 비롯한 기성세대의 관여도가 낮아지면서 이와 같은 결혼식을 이벤트성 오락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상대의 애정을 확인하는 각종 게임은 예식에 참석한 친척어른이나 하객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태로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오늘날 언론에서 이슈가 되곤 하는 ‘사치스러운 결혼문화’의 저변에는 예식으로서의 엄숙함은 찾아보기 어렵고 본질에서 벗어난 호사스러움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출발선, 결혼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결혼, 여기에는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결혼을 대하는 당사자들의 생각이나 가치관 등의 변화가 자리해 있다. 이 역시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결혼문화일 테지만, 아쉬운 것은 ‘결혼’이 애초 가진 본래의 뜻, 그러니까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에 대한 진지함이 상실된 부분이다. 진지함이 곧 엄숙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백년해로(百年偕老)가 무색해진 이때, 적어도 두 사람이 연을 맺어 하나가 됨을 알리는 날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결혼식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출발선으로서 생각하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4월 전통무예가 김종복 씨와 연극인 송희정 씨는 독도에서 전통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그들은 국내 최초로 독도에서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 되었다. 또한 최근에 한 방송사의 여자 아나운서는 결혼식 후 독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것이 이슈가 되고 있다. 독도에서의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다녀온 그들에게 결혼은 개인적인 의미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의식이었을 것이다. 한편 2013년 11월 정박 중인 해경 대형 경비함정 갑판에서 이색 결혼식이 연출됐다. 신랑은 한국해양인명구조협회 자원봉사 조직위원장 김성우 씨로 해상안전사고에 대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겐 전하고자 해양경찰에 요청하여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해상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신랑, 신부는 물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였다고 한다.

자연친화적 결혼식, 축의금 대신 나눔 기부금을 받는 행위 모두 결혼 문화가 개인적 가치에서 사회적 가치로 기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행동들이다.

이제 결혼하기 좋은 계절 봄이 되었다. 결혼을 앞 둔 예비부부들에게 전하고 싶다.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허례허식이라는 말은 알맹이 없는 쭉정이 의식일 때 붙이는 말이다. 내게 그리고 나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메시지와 울림을 전할 수 없는 형식이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 형식과 절차에 자신들의 에너지를 불어넣으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일생에 한번 하는 결혼이니까.

 

글 김인옥(한국혼례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