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실

[안정효의 Q-English]정말 바보같은 장난이야!

이산저산구름 2014. 3. 14. 14:23

 

[안정효의 Q-English]정말 바보같은 장난이야!

 

우리말이건 영어이건 음담패설은 신체 부위, 특히 여성의 민감한 부위를 동식물이나 다른 사물에 비유하는 엉큼한 화법을 자주 동원하는데, <오스틴 파워스>에서도 그런 장난은 빠질 줄 모른다. 영화 후반부에서 악당의 인공위성이 격추를 당하고, 그 장면이 텔레비전 방송을 탄다. 그런데 레이더에 잡힌 인공위성의 윤곽이 젖가슴 곡선을 그대로 닮았다.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어머니가 소리친다.

 
“What a booby joke!”(정말 바보 같은 장난이구만!) booby(=boobie) 또는 boob은 에스파냐어의 bobo(명사 ‘바보’ 또는 형용사 ‘어리석은’)가 어원으로서 ‘얼간이’나 ‘얼뜨기’ 또는 ‘멍청한 짓’을 뜻한다. 그래서 “교양이 없고 무식한 부류”를 booboise라고 한다. 이 말은 물론 bourgeoisie를 변형시킨 표현이다. 흔히 텔레비전을 ‘바보 상자’라고 하는데, 이것도 stupid cabinet이나 fool’s box가 아니라, 진짜 영어로는 운을 맞춰서 boob tube(부웁 튜웁)이라고 한다.

하지만 예문에서 booby joke라는 말이 웃기는 까닭은 booby의 곁말 때문이다. boob나 boobie는 아기들이 쓰는 말로 ‘찌찌’라는 뜻이다. hip(s)나 마찬가지로 물론 이 단어도, 두 쪽을 하나로 계산하여, 대부분의 경우에 복수형으로 써야 옳다. 그리고 boobs라는 말을 어른들이 쓸 때는 ‘젖탱이(=젖퉁이=젖통)’ 정도의 천박한 표현이기 때문에, 알아두기는 하더라도 생활영어에서 활용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어쨌든 예문을 보다 실감나게 번역한다면 이런 말이다. “정말 젖탱이처럼 웃기는구만!”

버트 레이놀즈 같은 연예인이라면 boobs에 관한 booby joke를 좀 하더라도 무방하겠다. 그는 로니 앤더슨과 결혼한 직후에 자니 카슨이 진행하는 심야 프로그램(The Tonight Show)에 출연해서, 그가 받은 점궤에 대해 이런 얘기를 했었다.

“I’m going to marry a blonde* with big boobs.”(나더러 젖통이 큰 금발과 결혼하리라고 그러더군요.) *blonde의 형용사꼴은 -e가 없는 blond(금발의)다. 두 단어의 발음이 같으니까,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주로 텔레비전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널리 알려지지 못한 앤더슨의 유명한 가슴 크기가 궁금하다면, 인터넷에서 Loni Anderson을 검색해 보기 바란다.

booby joke은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틴 2세의 고전 뮤지컬 <남태평양(South Pacific)>에서도 선보인다. 해군과 해병을 위한 위문공연에서 간호장교 밋지 게이너가 수병복 차림으로 부르는 노래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I am her booby, she is my trap.”(나는 그녀를 보면 바보가 되고, 그녀는 나를 잡는 덫이라오.)

얼핏 보면 이 노랫말에서는 I am her booby가 “나는 그녀의 젖통이오”라는 소리여서 웃긴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joke은 엉뚱한 곳에 따로 숨어 있다. 앞부분의 booby와 뒷부분의 trap을 엮으면 booby trap(위장 폭탄)이 된다. 전쟁터에서 전사한 시체나 건물 따위에 수류탄 같은 폭발물을 눈에 보이지 않는 낚싯줄로 연결하여 잘못 건드리면 터지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를 booby trap(바보의 덫)이라고 하며, 그래서 위 노랫말은 군인들이 잔뜩 등장하는 영화에 잘 어울리는 말장난이다. 학교에서 교실 문짝 위에 물을 담은 양동이를 올려놓아 멍청한 학생이나 선생이 멋도 모르고 문을 열다가 물벼락을 맞게 하는 장난도 booby trap이라고 한다.

boobs처럼 천박한 말이나 표현을 고상한 자리에서 big word(어려운 단어)로 바꿔 넣는 둘러대기 화법을 euphemism(완곡어법)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은밀한 예식(Secret Ceremony)>에서 근친상간적 성향이 농후한 의붓아버지 로벗 밋첨이 미아 패로우의 어머니 노릇을 하는 엘리저베드 테일러에게 털어놓는다. “My wife was well bred and rather frail ― except for her famous mammilae. Excuse me, that’s a private joke in questionable taste.”

첫 문장은 “내 아내는 출신 성분이 고상하고 몸이 연약한 편이었는데 ― 그 유명한 유두(乳頭)만큼은 예외였죠”라는 뜻이다. mam(m)ila(e)는 보다 널리 쓰이는 nipple(젖꼭지)과 의미는 같아도 출신 성분만큼은 대단히 고상한 라틴어다.

그래도 어쨌든 여성의 신체 부위를 놓고 말장난을 했으니 미안하다며 밋첨이 사과하는데, 물론 “별로 취향이 바람직하지 않은 은밀한 농담이어서 황공하긴 하지만요”라는 두 번째 문장도 전혀 진심이 담기지 않은 꽈배기 화법이다. questionable은 ‘직역’을 하면 “문제로 삼을 만한”이라는 뜻이다.

<여자의 이별(Shirley Valentine)>의 원작자이기도 한 극작가-작곡가 윌리 럿셀의 무대극을 영화로 만든 <리타 길들이기(Educating Rita)>는 천박한 신분의 여자 줄리 월터스가 교육을 통해 품위를 갖추려고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내용을 담은 슬픈 희극이다. 개인교수를 받으러 마이클 케인 교수의 연구실에 간 그녀는 벽에 걸린 여자의 나체 그림을 보고 한 마디 하는데, “문제로 삼을 만한” 언어문화적 ‘밑천’이 당장 드러난다.

“That’s a very nice picture. So erotic. Look at those teats. Do you mind me using words like that?”(저거 아주 멋진 그림이군요. 정말로 색정적예요. 저 젖꼭지 좀 보라구요. 나 이런 말은 쓰면 안 되는 거죠?) ‘이런 말’이란 mamilae를 속칭한 teat(s)을 의미한다. tit(s)도 teat(s)와 여러 모로 동족이다. 하지만 젖병의 꼭지는 teat이라 해도 책을 잡히지 않고, 이유를 잘 알겠지만, 단수로 써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