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그렝이질에 담긴 전통 장인들의 조영기법

이산저산구름 2013. 7. 16. 14:24

 

다양한 부재들의 결합체 전통목조건축물

건물을 구성하는 부재는 놓이는 위치에 따라 수평·수직·사장재 등으로 나뉘며, 특히 수평재와 수직재는 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부재는 종방향과 횡방향, 그리고 수직방향으로 맞춤과 이음 등 다양한 연결방법을 통해 건물의 규모를 확장 전개하고 건물을 완성한다.

우리나라 전통목조건축물의 몸체 부분은 대부분 기둥과 토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목재 기둥만으로 마감한 경우, 흙벽돌만으로 마감한 경우, 기둥과 토벽으로 마감한 경우 등으로 나뉜다. 수직재 기둥은 상부하중을 주초에 전달하는 구조재 역할을 하며, 기둥과 연결된 기타 부재들은 보조재 역할을 한다. 이들 보조재를 장인들은 수장재 또는 마감재라고 한다. 그리고 기둥과 수장재를 제외한 벽면은 흙으로 마감한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목조건축물은 기둥을 세워 상부 하중을 받는 가구식 구조, 목재를 눕혀 벽체를 구성한 귀틀구조(井幹式)의 내력식 구조, 목재를 사용하지 않고 흙벽돌만을 쌓아 상부 하중을 지면으로 전달하는 내력식 구조 등이 있다. 가구식 벽체 구조는 기둥을 통하여 상부 하중을 전달하며, 내력식 벽체 구조는 흙벽돌 또는 수평 부재가 하중을 지면에 전달한다. 따라서 가구식 건축물의 몸체 부분은 기둥을 주초 위에 세운 후, 기둥에 수평 부재를 짜 맞추어 벽체를 구성한다.

그렝이질을 통한 구조적 안정성 확보

그렝이를 통해 부재가 결속력을 높인 예는 돌과 돌의 연결부분, 기둥과 벽선의 연결부분 등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기둥과 주초의 연결부분이다. 기둥과 주초의 그렝이는 보통 수직으로 세울 기둥이 기울거나 움직이지 않도록 기둥 밑부분을 주초 상부 모양대로 가공하여 주초에 밀착하는데 이를 말한다. 그리고 그렝이질은 그렝이 하는 일련의 작업을 말한다. 주초와 직접 면한 기둥은 위치에 따라 평주와 우주, 고주가 있는데, 이들 기둥은 주초 위에 상부 하중을 직접 전달한다. 이들 기둥은 주초 상부의 요철된 모양에 따라 그렝이질을 하여 놓는데, 다른 보강재를 사용하지 않고 상부 하중만을 이용하여 구조적 안정을 취한다.

주초 위에 기둥을 세우는 방법은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원초적인 주거지 또는 기타 건물지에서 기둥을 흙에 박아 기둥을 세우는 방식과 흙 속에 납작한 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는 방식의 예들이 발굴조사를 통하여 확인되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상 위에 주초를 놓고 기둥을 세우는 방식은 건축기술의 큰 변화 중 하나다.

기둥의 그렝이질은 기둥의 밑바닥을 기둥이 놓일 주초 윗면의 요철에 따라 깎아 주초에 밀착 고정하는데, 주초에 밀착한 기둥 밑 부분은 가운데 부분을 5푼에서 1치 정도를 오목하게 파낸 후 외곽부분에 그렝이질을 한다. 특히 자연석 주초는 가공석 주초보다 윗면에 고르지 않기 때문에 그렝이질 할 부분이 넓다. 이 부분을 그레발이라 한다.

오늘날 현대 한옥을 지으면서 장인들은 기계로 가공한 주초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가공석 주초는 자연석 주초보다 주초 윗면이 고르기 때문에 그렝이질 할 면을 제외한 기둥 밑부분을 오목하게 파지 않고 평활하게 파내어 주초에 밀착시킨다. 그리고 기계 가공한 주초는 기둥과 주초의 마찰력을 높이면서 좌·우 횡력에 의한 움직임을 막기 위하여 주초 윗면을 약간 볼록하거나 거칠게 가공한다.

그렝이질은 기둥을 주초 위에 세운 후, 대나무로 만든 그렝이 칼로 그렝이 선을 기둥면에 긋는다. 목수들은 그렝이 칼의 한 부분을 주초에 대고, 먹물을 찍은 다른 한 부분을 기둥 밑부분에 댄 후, 주초의 요철부분을 따라 그렝이 칼을 움직여 기둥면에 그렝이선을 긋는다. 마지막으로 목수는 그렝이선을 따라 끌질을 한 후, 기둥을 주초 위에 세운다.

그렝이질을 통해 기둥을 세우는 시공방법은 상부의 하중을 받으면 두부재 간 밀착도가 높아지는데, 이때 그렝이질 한 끝부분 일부가 뭉개지면서 주초에 밀착된다. 그렝이질 한 부분은 무리한 하중이 기둥에 전달 되거나 부식 될 경우 보강을 한다. 부식된 부분은 제거한 후 별도 부재를 이용하여 교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미하게 훼손되었을 때는 쐐기를 박아 훼손된 부분을 보강한다.

그렝이질을 통해 기둥을 세우는 작업은 장인들의 정교한 가공기술과 치밀한 시공기술을 요구하며, 건물의 보존 및 유지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집주인과 장인들은 기둥을 세우면서 입주식을 행한다. 입주식을 통해 세운 기둥 앞에서 건축주와 장인들은 지금까지 공사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에 대하여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 아무 탈없이 공사가 진행되기를 두 손 모아 빌면서 앞으로 할 일에 대하여 논한다.

글·사진. 정연상 (안동대학교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