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물, 사람이 부처님이므로 모든 일에 불공하듯 경건하고 엄숙하게 살아가라는 뜻이라죠. 이를 실천하듯 감옥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법을 터득한 이가 있습니다. 바로 이 책의 지은이입니다.
일곱 살 때 이민 온 독일계 미국인인 그는 1992년 가중폭행죄로 20년 형을 받고 수감됐습니다. 거기서 그는 깨달음을 얻죠. 사과 한 알에서 우주를 보는 경지에 이른 거죠.
감옥이 어떤 곳인가요? 지은이에 따르면 “네 것이라 할 수 있는 것, 네가 갖고 있는 너만의 것은 너의 말뿐”이란 지침이 판치는 곳입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순간에 말도 안 되는 규칙들이 적용되고 폭력이 바로 코 앞에서 노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매일 매일 무슨 일을 하든 외로움과 우울감이 따라다니며 무기력하고 길들여진 영혼을 만드는 곳이랍니다.
지은이는 여기서 깨어납니다. “길거리의 폭력이나 자동차 사고처럼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삶의 위험이 차단되어 있고, 전쟁터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굶주리지도 않고 잠도 잘 자는데 무슨 걱정이라 말인가”란 생각을 갖지요. 그렇게 해서 불교와 인연을 맺은 그는 감옥 밖의 불교 관련 인사들과 교류를 하면서 차츰 눈 떠갑니다.
‘허상의 장신구들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 나를 보자’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동안, 평온은 우리 안에 스며든다’까지, 마음의 평화를 지키고 되찾는 26가지 방법을 일러줍니다. ‘매 순간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에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은이는 교도소 식당에서 옥수수와 으깬 감자에 따라 나온 사과 한 알이 담긴 식반을 받고 경이로움에 어쩔 줄 모릅니다.
“그 사과는 마치 어두운 진흙 속에 박혀 있는 희귀 보석처럼 식반 위에 놓여 있었다…나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왼손바닥 위에 사과를 올려놓았다. 그 녹색의 표면 위로 빗방울이 튕기자 사과가 한층 아름다워 보였다…숨을 들이쉬면서 사과 향기를 맡고 숨을 내쉬면서 온 우주를 뱉었다. 우주의 모든 것이 이 사과 한 알 속에 다 들어있었다…사과 속에서 나는 이 사과가 나를 만나기 위해 거쳐야 했던 긴 여정을 보았다…사과나무가 자라는 모습과 사람들의 보살핌, 노동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사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을 고통도 보였다. 농부들과 가족들, 트럭운전사와 판매상, 벌과 벌레,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준 오래된 잎사귀까지.”
이런 마음이라면 모든 것에 감사하면서, 부유하지는 않을지라도 아름답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자유롭지 않은 곳에서 가장 단단하고 큰 자유를 얻어낸, 지은이의 삶에서 우러난 가르침이기에 더욱 절절한 마음공부 책입니다. 연말연시에 딱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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