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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 - 한국인의 리더쉽 제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이 22일 총회서 최종 승인되어 확정되었다. 반총장은 그의 수락연설에서 "나에게 보내준 신뢰를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유엔 회원국과 다양한 국제 파트너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 '다리 건설자'(bridge builder) 역할을 위해 나의 모든 에너지와 결의를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지금 세계는 유례없는 도전의 시기에 직면해 있지만, 함께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는 통합과 상호 연결의 시대, 혼자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에 있으며 이에 유엔의 역할은 '선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 총장은 오는 9월 유엔 총회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며, 가장 우선하는 어젠다는 '기후변화'와 '지속개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으로서 반기문 유엔사무 총장직 연임을 축하하는 바이다.
유엔사무총장은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192개 회원국을 지닌 유엔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다. 유엔사무총장은 각국의 이해를 조정하는 최고위 다자(多者)외교관인 동시에, 세계의 빈곤과 약자들의 이해를 보호하는 대변인이기도 하다. 한편 유엔의 실무를 집행하는 직원 4만4000명과 51억달러(작년 기준)의 예산을 운영하는 최고 행정책임자이기도 하다. 유엔 헌장은 사무총장에게 안보리와 총회 등 유엔기구가 위임한 임무를 적극 수행하도록 하는 한편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사안에 대해 안보리 회원국들의 주의를 촉구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의 추천을 받아 총회에서 결정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의 비토권을 허락하지 않는다. 규정상 5년 임기에 무한 연임할 수 있으나 재임이 관행적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연임과 관련하여,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유엔 사무총장직을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이라고 표현하면서 "반 총장은 평화와 안보의 챔피언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국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인류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반 총장의 역할과 성취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강한 유엔"을 만들 것을 격려했다.
21일 총회에 제출된 연임 추천 결의는 이례적으로 안보리 이사국 15개국과 유엔 전 회원국을 대표하는 5개 지역그룹 의장 등 20개국의 공동 제안으로 이뤄졌다. 과거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의 경우 15개 안보리 이사국만이 서명했으나, 반 총장이 처음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던 2006년에는 5개 지역그룹 의장이 서명했었다. 그러므로 안보리 이사 5개국과 지역그룹 의장이 전원 서명한 추천 결의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이례적인 것이다. 반 총장은 그러므로 실상 192개 회원국 전체의 추천으로 재선에 성공한 것으로 보아도 과장은 아니다. 이렇게 화려하고 정정당당하게 유엔사무총장에 연임하는 반기문도 임기 초반에는, 세계의 내로라 하는 유럽과 서방측으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아서 "외로웠었다".
반 총장의 첫 임기는 순탄치 않았다. 서방언론은 반씨가 '매력 없고 줏대 없는 남자'라는 평가를 내렸다. 임기 초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인 유엔 내부개혁을 실시하자, 유엔 내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그 스스로 재산을 공개하면서 유엔 사무차장보 이상의 고위직에게 재산을 공개토록 하고, 고위직들이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 밝히고 연말에 점검하는 식으로 생산성을 올리도록 압박했다. 현장과 본부 직원 간에 인사이동도 시켰다. 이에 유엔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컸지만 반 총장은 개혁을 밀어붙였다.
반 총장은 초기에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라는 악평을 감수하여야 했다. '카리스마가 없다'며 서구 언론들은 전임자였던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에 비해 '너무 조용하다'며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전임자 코피 아난에 비해 반 총장은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것이다.
2007년 1월 취임한 반 총장은 초반부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설득과 중재를 앞세운 반 총장의 동양적 리더십에 적극적인 행동이라는 자신의 잣대를 들이댄 서방 선진국으로부터는 ‘존재감과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대로 개발도상국들은 ‘친미적 인사’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2009년 여름에는 모나 율 유엔 주재 노르웨이 차석대사가 본국 정부에 보낸 보고서에서 "매력 없고 줏대없는 남자", “카리스마가 부족한 방관자”라고 반 총장을 비난한 사실이 서방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지난해 여름에는 유엔사무국 감사실(OIOS) 책임자가 “반 총장이 이끄는 유엔이 투명성을 잃었고 책임감도 없다”는 내용의 메모를 미국의 한 언론에 흘려 반 총장을 흔들었다. 인권 문제 등에 대해 반 총장이 일관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를 탄압했을 때 반 총장이 침묵하는 등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었다. 반기문이 친미 성향이 강하며 중국 인권문제에 침묵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남북' 양방의 비난에도 반 총장은 그러나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와 조용히 무대 뒤에서 처리해야 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밀고 나갔다"고 했다. 민주주의·여성 등 보편적 가치와 기후 변화 등 지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강한 목소리를 내지만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 분쟁 이슈에서는 정직한 중개자의 입장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반 총장은 실은 눈에 띄는 방식은 아니지만 1년에 지구를 평균 12바퀴씩 도는 강행군을 벌이며 조용하지만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해왔다. 2010년초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재스민 혁명'이 시작되자, 반 총장은 이집트와 튀니지 정부 등에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반 총장은 리비아에 대한 안보리 결의가 통과되고 유엔군이 군사행동에 나서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방측은 반 총장의 이러한 행보가 '한층 대담하고 명확해졌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국제적 주요사안에서 조용하나 단호한 리더쉽을 고수하여 결국 국제사회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이끌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초기 임기동안에는 여러 가지로 "이루 헤아리기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반씨는 "2009년 1월 초 중종분쟁의 가자지구의 정전합의를 이끌어 낸것을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 "재스민 혁명"에서도 북아프리카 및 중동지역에서 전개된 '아랍의 봄'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진솔하고 겸허하게 경청해야 한다는 것을 관련국 최고 지도자들에게 강조했다. 반기문 총장은 아이티 지진 당시, "유엔 역사상 가장 많은 100여명의 유엔 직원이 한꺼번에 희생당한 사건을 가장 가슴 아파한다. 또한 반 총장은 올해 코트디부아르 내전 해결에 큰 기여를 했고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북아프리카 사태 때 적극적으로 시위대 편에 서서 국제 사회 여론을 선도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였으며 기후변화를 지구촌 최대 이슈로 부각시켰고 여성·아동 인권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 총장은 유엔 총회 수락연설을 통해 수단, 콩고,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중동 등지의 인권 상황 등을 언급하고, 유엔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인간을 보호하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최전선에 서 있다고 강조하였다. 반사무총장은 유엔업무는 '시작만으로는 안된다. 결과를 보여야 한다'며 '사람들이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결과,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결과를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용한 해결사’ 반 총장의 집권 2기에는 아랍권의 민주화,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저지, 기후변화 협력 등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제 앞으로 5년간의 재선임기에서 중점 과제는 "새천년개발계획(MDG)을 뛰어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의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장과 환경, 사회안정 등 3개 축을 강화할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를 글로벌 어젠다로 끌어 올린 것은 많은이가 인정하는 반 총장의 공이다. 그는 2009년 9월 150여개국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세계 기후회의에서 “기후변화는 경제적 재앙을 가져 올 수 있다”며 “지금부터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에 투자해야 한다”고 각국의 관심과 노력을 촉구했다. 반 총장은 온난화 해법 마련을 ‘개인적 사명’으로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제까지 세계는 물 부족, 에너지 부족, 식량 위기, 보건 문제를 세계가 함께 처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기후협약은 유엔만이 할 수 있기에 반의 열정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미래에 우리가 특히 눈여겨 보는 것은 유엔 내부 개혁이다. 수십년전 부터 유엔개혁은 말이 되어 왔으나 뚜렷한 변화는 없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혁 없이 유엔 개혁은 완결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1945년의 국제지정학적 정세를 반영하여 60여년이 지난 현재의 국제 지정학적 상황에는 무리이다. 2005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유엔 개혁안’을 발표한 '유엔 개혁'은 눈여겨 볼만하다.
"더 큰 자유 속에서: 모두를 위한 발전, 안보, 인권을 향해"라는 제목의 개혁안은 크게 네 가지의 과제와 실천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각각 ‘결핍으로부터 자유’ ‘공포로부터 자유’ ‘존엄성을 갖고 살기 위한 자유’라는 소제목을 붙인 발전·안보·인권, 유엔 기구 강화를 거론한다.
이 개혁안은 발전 항목에서는 2015년까지 국내총생산의 0.7%를 개발 지원금으로 내놓을 것을 부유한 나라들에 요구하고, 안보 항목에서는 유엔의 무력 사용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인권 신장과 관련해 상임 인권이사회와 민주주의 기금 창설을 주장한다. 유엔안보리 개편안은 두가지를 내놓았다, 에이(A)안은 현재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상임이사국 수를 11개로 늘리는 것이며, 비(B)안은 상임은 아니지만 연임할 수 있는 준상임이사국 8개국을 새로 두도록 하고 있다. 뒤쪽 안은 지역 대표성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A’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제국주의 역사를 미화하고 군사대국을 추구하는 것은 유엔의 평화애호 정신에 어긋난다. 잘못된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르는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지도자 자격이 없다. 유엔의 개혁·강화는 시급한 과제이지만 도덕성과 책임성을 무시할 수 없다.
국내와 관련하여 반기문 총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적극적 기여를 촉구한다. '지원은 여유 있을 때 하는 것보다 여유 없을 때 하는 것이 훨씬 값지며 그건 자선이 아니고 인류 공동 발전에 대한 투자'라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 입장은 당사자들이 직접 대화를 통해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비핵화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당국은 반총장, "나의 방문에 대해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입장”이라며 “나 나름대로 적절한 시기와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를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면서 여건이 충족되면 방북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혹시라도 반기문 유엔총장의 역할이 한반도의 평화증진과 통일주드 조성에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이다.
이제 내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임기에 들어가는 반기문 유엔총장은 '유엔의 역할은 선도하는 것'이며 유엔의 리더쉽을 강조한다. 그는 9월 총회에서 새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기후협약'과 '지속개발'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세계는 물 부족, 에너지 부족, 식량 위기, 보건 문제를 유엔과 함께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시대적 숙명을 안고 있다. 여기에 한국 출신의 반기문 총장이 그 중심에 있다. 우리는 반총장의 원숙한 국제적 리더쉽을 기대하게 된다.
*위 글은 e조선일보, 2005 한겨레신문을 참조하였다(2011, 6, 22,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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