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을 한꺼번에 웃기는 하회의 웃음꽃, 광대나물
한국 들꽃문화원 원장 / 박시영
사람에게 주는 순수한 웃음이 여기에 있습니다. 때 묻지 않고 아주 자연스런 분홍의 웃음이 우리의 마음을 웃겨 줍니다. 바라만 보아도 절로 웃음이 지어납니다. 경상도 하회마을의 명품인 하회탈의 소탈한 웃음이 이 꽃에 매달려 있습니다. 하회의 웃음이 이꽃으로 피여났습니다. 하회 꽃 웃음에 연분홍 색깔이 묻어있어 더욱 귀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양 볼이 움푹 들어간 갸름하고 길쭉한 웃음이 배꼽을 쥐어짜고 웃는 표정을 하고 꽃줄기에 매달려 있기에 더욱 그렀습니다. 어찌그리 티하나 없이 순수한 웃음을 들판에 쏟아내고 있는지 보면 볼수록 꽃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연분홍 순진한 웃음이 하회 꽃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른 봄 더 이른 봄에 꽃포에 둘러 싸여 있는 아주 작은 빨간 별같은 점하나가 궁금중을 자아냅니다. 요로케도 작은 꽃이 있나하고 생각하게 만들어 놓고는 정작 무대에 오를 때쯤에는 상상외로 아주 큰 꽃대살을 들고 나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웃기지요.
갸르스름한 빨간 실눈을 살짝 뜨고는 웃을 날만 기다리며 아무에게도 그 의미를 말하지 않습니다. 한참을 그리도 빨간 실 눈을 뜨고 있지요. 무대의 막이 오를 때의 기대감만큼이나 초초히 기다리게 해 놓고 자신은 그 무대속 안에서 웃음과 노래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하회의 빨그스레한 웃음은 그렇게 다가 올 봄날의 웃음을 꽃포 속에서 맹글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사람들을 불러 모아 화려한 목청을 일으켜 세워서는 밝은 환한 웃음과 노래를 자아냅니다.
분홍의 이쁜 목앙지를 망토같은 너른 잎사귀 겨드랑이에서 잡아 빼어 무대위로 나섭니다. 쬬글쬬글 줄이 난 푸른 잎사귀의 무대복이 많은 세월동안 연출을 했던 이력이 나타납니다. 분홍의 목을 길게 빼고 사방을 둘러 본 다음 자주색 아랫입술을 턱까지 내려 뜨리고는 자연의 웃음을 선사하기 시작 합니다.
잎시귀의 알록달록한 자연의 붉은 점은 삐에로의 점백이 무늬을 흉내 낸 것 같습니다. 뾰족한 합죽이 같은 윗입술이 하늘을 향해 더 높은 고음을 질러 댑니다. 목구멍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지요. 노래와 웃음속에는 꿀의 향기가 짙게 배여있습니다. 달콤함의 웃음을 모두가 눈에 담으려 광대의 목청을 깊숙이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앞자리에 몰려있는 관객 모두가 함께 따라 웃도록 입을 벌리고 노래와 웃음을 선사 하니 우리는 이 광대의 놀음에 다 함께 신명나게 웃음 속으로 빠져 들어 다 같이 박수치며 즐깁니다.
광대나물의 광대짓은 천명도 더 웃겨 버리고 맙니다. 천명의 관중을 한꺼번에 웃기고 마는 광대의 놀음이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연분홍의 옷가지에 주황의 점 무늬까지 삐에로 옷으로 흉내어 무대에 올라 선 이꽃의 놀음에 우리는 겨울 한동안 추워서 몸을 움추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마냥 따라 웃고 맙니다. 그래요, 과연 꽃중에 얘만큼 익살스럽고 순진하게 웃는 꽃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이 광대놀음에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온종일 턱이 빠져 나갈듯한 표정으로 실컷 웃어 보이고도 찾는 이를 향해서는 마다 하지 않고 긴 목을 쭈욱 빼고 웃음과 봄의 노래를 선사합니다. 이 봄에 광대의 웃음이 있어 봄은 그리 따뜻하고 즐거운가 봅니다. 광대나물의 화려한 웃음 보따리에 우리 모두 박수 보내어 격려를 보내어 줍시다.
광대나물의 광대짓에 우리 모두 박수 쳐 주십시다. 웃긴 건 만큼 박수.
꿀풀과의 두해살이 풀입니다. 그해에 씨가 떨어져 싹이 나 겨울을 나서 다음해에 꽃과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코딱지나물 보개초 나팔쟁이나물 접골초 진주연 연전초등으로 부릅니다. 이풀은 뼈를 잘 이어 붙게하는 성분을 갖고있어 접골초란 이름도 갖고 있게 됐어요.
코딱지나물이라고도 부르는데 쭈그렁 잎사귀가 줄기에 붙어 있는 모양이 코딱지 붙어있는 것같다고 어르신들이 별명을 부쳐 놓았습니다. 밭두렁이나 길가 공터 인가의 호젓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행길과 밭두렁 사이의 골창에도 많이 있어요. 키는 그리 크지를 않습니다. 거의 땅바닥에서 있는데 다 자라면 크게 한 뼘 정도 올라옵니다. 줄기가 네모났어요. 잎사귀에는 작은 잔털이 많이 나 있습니다. 서로 마주 보고 있어요 층층으로요. 꽃은 이 층층이 사이 그러니까 잎사귀 겨드랑이에서 피여 올라와요. 아주 이른 봄 사월경이면 꽃을 달고 있습니다.
광대나물에는 특이한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일부 꽃에는 꽃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고 자가수분을 하여 자기 스스로 씨앗을 품는 폐쇄화 무화과 같은 성질을 나타 내는 것이있다고 합니다. 이른 봄에 꽃이 피기 전에 어린 순을 갖다가 나물로서 해먹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리 해 드시면 좋습니다. 연한 잎과 줄기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힙니다. 물기를 쪼옥 뺀다음 기름에 볶아서 드시면 야릇한 향이 나서 참 좋구요 된장국에 좀 넣어서 끓여 드시면 이 또한 봄의 별미를 느끼실 것입니다.
한 여름철에 전초를 뜯어다가 말려서 달여 마시면 뼈를 이어주는데 그리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민가에서는 이풀이 지혈 효과가 있어 코피 나는 데에 이를 이용했고 토혈이나 근육통 타박상 혈액순환등에 응용해 왔다 합니다. 광대나물 전초를 닭 알과 함께 같이 넣어 달여서 그 물과 알을 함께 먹었다고 하고요 전초의 즙을 내어서 달여 먹거나 짖찧어서 부치기도 하였다 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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