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고독을 노래하는 시인 천양희, 화성시를 찾다.

이산저산구름 2011. 4. 13. 14:46

고독을 노래하는
시인 천양희, 화성시를 찾다.



6년만에 7번째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를 발표한 시인 천양희님이 화성을 찾습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2011년 4월 작가특강에 초빙된 천양희 시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노래하는 시인이죠. 그녀의 시집을 읽어보셨나요? 시 속에서 무릎을 꿇고 고독을 맞아들이는 독거인의 먹먹한 노래가 마음을 울렸던 것처럼 이번 특강이 노작홍사용문학관을 찾는 모든 분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되리라 생각 합니다. 완연한 봄의 기운이 온 대지를 덮고 있는 봄의 한 가운데에서 사람과 삶의 그 쓸쓸함에 대하여 시인과 함께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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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말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로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시인, 천양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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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님은 1942년 1월 21일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1965년 『현대문학』에 「화음」, 「아침」으로 문단에 등단한 이후 『기독교시단』 동인으로 활동하였죠. 고독과 허무를 잔잔한 음성으로 노래한 시편들을 주로 발표하였는데, 초기작 「여자」에서는 그리워하나 그리워할 대상조차 생각나지 않는 절대적인 그리움을 노래했습니다. 여성적인 따뜻한 문체가 돋보이는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1983), 『사람 그리운 도시』(1988), 『마음의 수수밭』(1994), 『낙타여 낙타여』(1997), 『오래된 골목』(1998), 『너무 많은 입』(2005) 등을 발간한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여성시인이랍니다^^




고독이 날마다 나를 찾아온다
내가 그토록 고독을 사랑하사
고(苦)와 독(毒)을 밥처럼 먹고 옷처럼 입었더니
어느덧 독고인이 되었다
고독에 몸 바쳐
예순여섯번 허물이 된 내게
허전한 허공에다 낮술 마시게 하고
길게 자기고 백하는 뱃고동소리 들려주네

성(聖) 고독 中 에서




세상에 고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천양희 시인은 고독에게 ‘성(聖)’이라는 후광을 둘려주며, 고독을 노래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시인의 가슴에 깊게 들어앉은 고독이 얼마나 절절했으면 이런 역설의 시가 나오는 건지...화사함으로서는 겨우 짐작만 해볼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고독의 시대를 사는 고독의 세대죠. 피상적인 교제와 인터넷상에서의 익명성을 이용한 악플러들의 공격, 치솟는 자살률은 우리가 얼마나 고독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지요. 마음 하나 편히 나눌 곳 없는 ‘사람’을 위해 시인은 진정 ‘고독’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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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에 글을 쓰다 보면 원고지 사각형 모서리가 진짜 벼랑 같아요. 거기서 안 떨어지려고 매달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시를 쓴 지 사십 년이 훌쩍 넘어도 그래요, 그런 마음이 나를 시 속으로 몰아 넣어요.” 천양희 시인은 여전히 작은 교자상에 낮게 앉아 원고지에 한 행 한 행 시를 써내려 간다고 합니다. 산문 또한 마찬가지고요. 컴퓨터도 없고 집에 있는 기계라고는 원고를 보내기 위한 팩스가 고작이래요~ 우리가 그녀의 시를 읽고 마음의 위로와 안정을 받는 건 아마 그 시속에 묻어나는 여유와 고뇌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