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노래하는
시인 천양희, 화성시를 찾다.
6년만에 7번째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를 발표한 시인 천양희님이 화성을 찾습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2011년 4월 작가특강에 초빙된 천양희 시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노래하는 시인이죠. 그녀의 시집을 읽어보셨나요? 시 속에서 무릎을 꿇고 고독을 맞아들이는 독거인의 먹먹한 노래가 마음을 울렸던 것처럼 이번 특강이 노작홍사용문학관을 찾는 모든 분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되리라 생각 합니다. 완연한 봄의 기운이 온 대지를 덮고 있는 봄의 한 가운데에서 사람과 삶의 그 쓸쓸함에 대하여 시인과 함께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참 좋은 말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로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시인, 천양희를 말하다
고독이 날마다 나를 찾아온다
내가 그토록 고독을 사랑하사
고(苦)와 독(毒)을 밥처럼 먹고 옷처럼 입었더니
어느덧 독고인이 되었다
고독에 몸 바쳐
예순여섯번 허물이 된 내게
허전한 허공에다 낮술 마시게 하고
길게 자기고 백하는 뱃고동소리 들려주네
성(聖) 고독 中 에서
세상에 고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천양희 시인은 고독에게 ‘성(聖)’이라는 후광을 둘려주며, 고독을 노래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시인의 가슴에 깊게 들어앉은 고독이 얼마나 절절했으면 이런 역설의 시가 나오는 건지...화사함으로서는 겨우 짐작만 해볼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고독의 시대를 사는 고독의 세대죠. 피상적인 교제와 인터넷상에서의 익명성을 이용한 악플러들의 공격, 치솟는 자살률은 우리가 얼마나 고독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지요. 마음 하나 편히 나눌 곳 없는 ‘사람’을 위해 시인은 진정 ‘고독’을 노래합니다.
“원고지에 글을 쓰다 보면 원고지 사각형 모서리가 진짜 벼랑 같아요. 거기서 안 떨어지려고 매달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시를 쓴 지 사십 년이 훌쩍 넘어도 그래요, 그런 마음이 나를 시 속으로 몰아 넣어요.” 천양희 시인은 여전히 작은 교자상에 낮게 앉아 원고지에 한 행 한 행 시를 써내려 간다고 합니다. 산문 또한 마찬가지고요. 컴퓨터도 없고 집에 있는 기계라고는 원고를 보내기 위한 팩스가 고작이래요~ 우리가 그녀의 시를 읽고 마음의 위로와 안정을 받는 건 아마 그 시속에 묻어나는 여유와 고뇌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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